매일신문

대산 선생이 주역으로 풀어본 갑신년

다사다난했던 계미(癸未)년이 가고 2004 갑신(甲申)년이 밝았다.

'용이 날고자 한번 뛰어보나 다시 못 속으로 들어가는 형국(惑躍在淵)으로 구름은 빽빽이 끼었으나 아직 비는 내리지 못하는(風天小畜 괘사에 密雲不雨) 운세라!'

60간지로 갑신년의 괘효를 뽑아보면 첫째 천간인 갑(甲)은 일건천(一乾天)으로 만물의 시초인 하늘(≡)이요, 9번째 지지인 신(申)은 기본 8괘를 돌아 다시 일건천으로 또한 하늘(≡)이다.

갑에서 상괘 하늘을 짓고 신에서 하괘 하늘을 지으니 중천건(重天乾)의 운세다.

여기에 甲(一)과 申(九)의 순서를 합친 십(十)으로써 발한 효(爻)를 살피니 기본 6효를 돌아 중천건의 네번째 효에 해당된다.

이 효(或躍在淵)는 용이 하늘에서 나는 비룡재천(飛龍在天)의 다섯번째 효에 미치지 못하고 그저 날아보고자 뜀박질만 해대는 운이다.

중천건 하늘괘의 네번째 양효가 발동한 변화상태를 관찰하면 상괘가 바람으로 바뀌어서 바람이 강건한 하늘을 부드럽게 그치게 하는 풍천소축(風天小畜)이 되는데, 그 괘사에도 음양이 교합하여 구름이 빽빽이 끼었지만 비까지 내릴 정도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태(密雲不雨)다.

쉽게 말해 준비와 노력은 있겠으나 당장의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겠다.

갑신년은 가깝게 김옥균의 정변이 있었던 1884년, 일제 해방을 앞둔 1944년 등 모두 혼란의 시기였다.

외세의 간섭과 피폐한 경제로 간난을 겪었던 이전 갑신년의 운세와 마찬가지로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올 해 우리 나라의 처지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국제정세는 국지적 분쟁과 테러는 여전하겠지만 이라크 전쟁같은 큰 소용돌이는 없을 것 같다.

국내정세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대선자금, 총선, 신행정수도 건설, 지방분권 등 국가대사로 국론이 갈리고 시끄럽다.

남북관계는 지난 해의 답보상태를 벗어나 진전있는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크고 경제사정은 조금은 나아지나 여전히 어둡다.

수출을 비롯한 대외적인 국가경제는 무난히 흘러가겠지만 서민들의 고통은 갑작스럽게 호전될 여지가 적다.

결국 시민들이 의지할 곳은 자신뿐이다.

분수를 지키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너무 절망할 필요는 없다.

올 해는 용이 날지 못하는 것 뿐 도약의 밑거름이 다져지는 시기다.

소축으로 점진하다 보면 대축의 큰 시기가 도래하는 것이다(積小成大). 2003년이 기약없는 혼돈의 시기였다면 2004년은 혼란속에 질서가 잡혀가고 그 혼란이 발전의 토대를 다져 해를 거듭할 수록 좋아진다.

이 보다는 '근본의 붕괴'로 빚어지는 권모술수의 정치, 가정과 사회의 물질만능, 원칙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더 큰 위기이다.

이는 세상에 분수가 없기 때문이다.

위정자는 미래를 대비하고 철학을 가져야 하며 기업인은 이윤보다는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상도(商道)를, 개인은 분수를 지키며 근검절약하는 도덕성 회복이 근본해결책이다.

정리=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대산 김석진 선생

주역(周易)해석의 1인자로 꼽히는 대산 김석진(76) 선생은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예측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산 선생은 1928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19세때인 1946년부터 근대 주역연구의 전설적인 학자인 야산(也山) 이달(1889~1958)문하에서 13년간 주역을 수학한 국내 주역학파의 태두로 '스승의 길 주역의 길', '주역과 세계', '주역전의대전 역해'등 주역관련 저서 10여권을 출간했다.

대산 선생은 한국홍역학회, 사단법인 동방문화진흥회를 설립하고 20년 전부터 전국 각지에서 강좌를 열어 수만명의 제자를 길러냈다.

주역해석의 1인자

노 대통령 당선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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