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티코, 한나라는 리무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청와대가 검찰의 측근비리 수사발표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한 30일 노 대통령은 오후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단 송년다과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기자들과 만나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어 참모들이 말렸다는 후문이다.

대신 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장.차관(급) 및 시도지사들과의 송년만찬에는 예정대로 참석, "국민들에게 사죄할 것은 사죄하고 용서 구할 것은 용서를 구하겠다"면서도 "허물이 있지만 허물을 딛고 소명감을 가지고 책임있게 나가겠다.

언제나 고단하게 걸어왔지만 좌절하지 않을 것이며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특검의 측근비리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시점에 재신임문제 등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 대통령은 이와 더불어 대선자금문제와 관련, "우리는 티코차를 타고 어렵게 기름을 넣으며 대선가도를 갔지만 리무진을 타고 유조차로 기름을 넣으며 달린 쪽이 훨씬 많이 썼을 것"이라며 한나라당에 대한 상대적인 우위를 강조하기도 했다.

문재인(文在寅)민정수석과 이병완(李炳浣) 홍보수석은 각각 논평과 브리핑을 통해 검찰수사결과를 반박하면서 야당과 언론에 대해서도 '입을 닫고 글조심을 하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이 수석은 특히 검찰수사를 그리스 신화에 빗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누워 사지를 맡긴 듯한 느낌을 받지않을 수 없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검찰이 여론을 의식, 짜맞추기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난인 셈이다.

이 수석은 또한 썬앤문에서 받은 1억3천만원에 대해 "범의(犯意)가 없었다"며 "어느 당처럼 지하주차장이나 만남의 광장에서 작전을 펼치듯 범죄를 펼쳤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구별해달라"고 주장했다.

이 수석은 "노 대통령은 자신을 던져서 정치개혁이라는 일종의 골고다언덕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과도한 비난공세의 대통령 흔들기는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고도 말했다.

문 수석도 별도의 논평을 통해 "일부 내용에 있어 검찰이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한 나머지 억지로 형평을 맞추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검찰수사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문 수석은 특히 생수회사 장수천의 빚 변제로 쓰인 강금원씨와 이기명씨간의 땅매매대금에 대해 "(노 대통령의)정치활동에 쓰여진 것이 아니라 오로지 순수한 경제활동의 용도로 사용된 것이 어떻게 정치자금이 될 수 있느냐"며 '생계형'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처럼 검찰수사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은 특검수사를 앞두고 악화되고 있는 여론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전략적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