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나눔 2004'를 생각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난해 12월까지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접수한 결과 서울 25개 구(區) 가운데 강남구와 송파구, 서초구 등 강남권 3개 구의 모금실적이 극히 저조, 기부 상위권에 한 곳도 진입하지 못하였다는 뉴스와 함께 우리 대구.경북지역도 전년도에 비해 90%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들었다.

행여 우리 사회의 부유층이 귀족주의에 빠져 서민과 소외계층의 아픔에 냉소하고 있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되는 대목이다.

복지(welfare)의 명제가 '공평히 잘 사는 것'(well-fare)이라고 할 때 강남구의 성금저조는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설사 개인주의나 물질주의가 우리 시대의 보편적인 삶의 양식이라고 할지라도 우리는 또한 더불어 사는 사회적 정의와 공동체 정신을 팽개치고 살 수 없기에 새해 아침에 감히 '나눔 2004'를 제언한다. 나라의 정책이나 제도를 다 이야기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빚에 쫓겨 목을 매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소식은 그들에게 과연 이웃이 있었는가를 의심하게 하고 우리를 또한 부끄럽게 하였다. 불우한 이웃을 돕는 것은 한낱 구제나 동정의 행위만은 아니다.

굳이 신앙적인 충고가 아니더라도 이 세상의 모든 재물은 개인이 관리하고 있을 뿐 자신의 소유물일 수는 없다. 그 쓰임도 역시 사회적 필요에 의하여 사용되어져야 하기에 아직도 우리사회의 기부문화의 미숙이 아쉽기만 하다.

우선 가진 자가 먼저 내어놓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평생을 모으고, 쓰고, 넓히고, 꾸미고 사는 일상의 사람들에게 잘못이나 죄책감을 묻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우리의 삶의 발뿌리에 부닥쳐오는 크고 작은 소외자의 아픔과 고민에 무관심하다면 우리는 사회적인 위선자가 아니겠는가? 빵 한구석이 썩으면 전체를 버려야 하는 어리석음을 말하는 것이다.

함께 형평을 맞춰가며 사는 사회, 넘어진 자를 일으키고, 저는 자를 부축하며 같이 걷는 사회야말로 바른 세상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다.

나보다 뒤떨어져 살아가는 갖지 못한 자와의 거리를 좁히며 가려할 때 이것이 이웃돕기의 참 가치이며 가진 자의 책임있는 사회적 행동이 라는 생각을 해본다. 바라건대 가진 자가 먼저 절제하고 검소한 생활을 실천하는 존경받는 부유자가 되기를 바란다.

더 나아갈 수 없을 만큼 곤경에 처한 이웃들에게 우리의 작은 물질과 봉사로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때 우리사회는 더욱 아름다워지지 않겠는가? 2004년 12월에는 금년도 이웃돕기 성금이 전년도에 비해 50% 이상이 증가하였다는 훈훈한 뉴스를 듣고 싶다.

곽정웅 대구시 사회복지협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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