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요포럼-새해의 북한 핵 문제

북한 핵문제에 대한 북한과 미국의 새해 입장이 밝혀졌다. 북한은 3대신문의 공동사설 형식으로 발표한 신년사에서 핵문제를 대화를 통하여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원칙적 입장이라고 밝혔으며, 미국의 핵무기 전문가를 포함한 미국 대표단의 영변 핵시설 방문을 허용한다고 발표하였다.

한편 미국은 북한이 3월말까지 핵개발 포기 선언 등 문제해결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북핵문제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정과 대량살상무기 확산저지구상(PSI)의 전면 발동 등 강경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일본 신문이 워싱턴 발로 보도하였다.

북한과 미국의 이러한 움직의 의도는 무엇일까? 북한이 미국 대표단을 초청하여 영변의 핵시설을 시찰하게 하는 의도는 두가지일 것이다.

첫째는 북한이 가지고 있는 핵개발 능력을 미국에 사실대로 확인시켜 줌으로써 미국에 대한 협상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며, 둘째는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면 핵개발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대표단에게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두가지 의도는 지난 한해 동안에도 일관되게 드러났던 것이다.

미국이 3월말로 데드라인을 설정했다면 그 의도도 또한 지난 1년간 미국이 북한에 대하여 보였던 일련의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반드시 저지하고자 한다.

그런데 그 방법이 북한과의 협상의 여지가 적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미국이 북한 핵문제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입장은 다음과 같은 것으로 추정된다.

첫째, 북한의 핵문제는 협상에 의한 방법이 아니라 북한의 항복을 받아내는 방식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9.11테러사건 이후 미국이 대외정책의 원칙으로 추진하고 있는 방식이 힘에 의거한 일방주의적 방식이 속속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북한의 경우에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리비아가 대량살상무기 포기를 선언하였고 이란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수용하였고, 이라크전쟁 이후 극구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반대하던 독일과 프랑스, 중국과 러시아도 입장을 바꾸어 미국에 보조를 맞추고 있는 등의 국제사회의 미국 눈치보기가 국제질서의 현실이다.

둘째 미국은 북한이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핵보유를 선언하는 경우를 상정하고 이미 그에 대한 대비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북한이 6자회담에서 핵을 포기하지 않고 핵보유를 선언하는 경우 미국은 보유한 핵을 폐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대결국면을 전개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기 전에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여 핵을 포기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고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는 경우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핵무기 폐기를 목표로 북한과의 대결국면을 연장하고 결국 북한이 핵을 폐기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러한 입장을 가지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미국으로서는 추진중인 미사일방어(MD)계획의 명분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개발을 계속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 일본이 지난해 말에 MD에 참여한다고 공식 결정은 했지만 MD가 실제로 집행되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국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는 북한은 핵을 포기한다고 하더라도 미사일 개발, 재래식무기 등으로 북한에 대한 문제제기를 계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에 압박에 굴복하여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 소극적일 경우 차라리 핵보유를 선언하고 일정한 시간이 지난 다음 미국이 핵폐기 협상에 응할 경우 그때에 가서 핵무기를 폐기하고 북한이 원하는 바를 일괄적으로 얻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북한은 오히려 협상 카드를 키우면서 벼랑끝 전술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핵 카드를 포기할 경우 미국의 관심조차 끌 수 없다는 점에서, 핵문제를 현안으로 남겨둔 채 북한이 원하는 바를 줄기차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한이 미국을 통하여 체제안보와 경제난 해결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는 한은 북한핵 문제는 당분간 접점을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북한과 미국간의 타협을 이끌어내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그 동안까지 남한이 받을 외교적 경제적 손실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핵문제 해결방안은 북한이 생존전략을 바꾸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것이 문제의 근원이다. 미국에 의존하여 미국과의 국교정상화를 통하여 안보문제와 경제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전략을 바꾸어야 북한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차선의 것이라고 얻을 수 있다.

대화의 틀로 마련된 6자회담에서 북한이 주도적으로 핵무기와 미사일 포기를 선언하고 중국, 러시아, 일본, 남한으로부터 경제지원을 얻어내는 것이다. 김정일은 핵과 미사일을 모두 포기할 경우 체제유지의 위협을 느낀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한반도 주변 4국의 한반도 정책을 이해한다면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서재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