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사 휘발유 '극성'...주유소들 '울상'

아반테 승용차를 모는 공무원 김모(45)씨는 새해들어 새로운 결심 하나를 했다.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유사석유제품'을 넣기로 한 것. 김씨는 "올해 큰 아들이 대학에 들어가고 부모님 칠순까지 있어 생활비를 한푼이라도 아껴야 할 형편"이라며 "휘발유 값이 계속 올라 주유소 가기도 겁나고 유사 휘발유를 사용하는 이들도 많아 이런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주유 업계가 심각한 불황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불법인 유사휘발유 판매점과 이용 고객이 갈수록 늘고, 이에 따라 휘발류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주유소협회 대구지회 도명화 사무국장은 "대구의 주유소 400여곳의 지난해 3/4분기 판매실적이 전년 대비 20%, 금액으로는 323억원 정도나 줄었다"며 "자동차 대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판매량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유사 휘발유의 ℓ당 가격은 880원에서 990원대로 1천300원대인 휘발유보다 30%나 싼 값이다.

주유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초만 해도 40개 내외이던 유사석유제품 판매업소가 이제는 수백여개로 늘었다"며 "최근에는 일반 페인트 가게까지도 자동차 연료로 쓸 수 있는 시너 판매에 열을 올리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유사휘발유는 대부분이 시너와 톨루엔 등을 섞은 조잡한 제품. 유사휘발유 논란을 가져온 '세녹스'는 지난해 12월 정부가 석유사업법을 개정, 제품 공급을 원천적으로 막아 현재 시중에서는 판매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주유협회는 검찰과 경찰에 연이어 진정서를 내고 단속을 요구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경찰이 수시 단속을 펴고 있지만 석유사업법이나 대기환경법 위반으로 단속돼도 벌금 10-20만원만 내면 다시 영업에 나설 수 있어 업체나 판매업소가 단속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대구경찰청 수사2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만 유사석유제품 판매와 관련, 404건을 적발해 제조책 3명을 구속하고 단순판매 및 대리점 개설 등으로 445명을 입건했다"며 "하지만 처벌 기준이 약하고 시너나 톨루엔 등을 섞어 쉽게 유사 휘발유를 만들 수 있어 근절이 어렵다"고 했다.

한편 유사휘발유의 불분명한 유해성 여부도 사용을 부추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통안전공단 대구경북지사 이현검사소 관계자는 "유사제품이 대기 오염을 가져오는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검사기관 등을 통해 입증된 실험자료가 없어 유사 제품이 차량에 무리를 주는 지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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