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뇌성마비 김규탁군의 새해 소망

"쓰러져도 그냥 놔두세요. 이제는 제 힘으로 할게요".

올해 중학교 입학을 앞둔 김규탁(14)군은 남다른 새해소망을 갖고 있다.

도움 없이 혼자서 일어서는 것. 1살때 뇌성마비 판정을 받은 규탁이는 척추와 다리에 힘이 없어 일어나지 못하고 앉아 있기도 힘들다.

그러나 규탁이는 "엄마, 연골.근육 수술받고 물리치료 계속 받으면 제힘으로 일어설 수 있겠죠"라며 자신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규탁이와 엄마의 대화는 연예인 최불암씨의 나지막한 대사와 정유진 어린이의 해맑은 목소리가 어우러진 동요 '아빠의 말씀'을 그대로 연상시킨다.

규탁이의 '새로운 도전'은 가족과 주변의 따뜻한 배려와 사랑이 밑바탕이 됐다.

규탁이는 특수학교를 입학할 수도 있었지만 1년 늦은 9살에 일반학교인 두산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물론 규탁이의 학교 생활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생각만큼 어렵지도 않았다.

학교측이 몸이 불편한 그를 위해 6년간 반을 옮기지 않고 1층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준 것. 학년 전체가 3층으로 가도 규탁이가 속한 반은 1층에 머물렀다.

오빠와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많이 다투기도 했다는 여동생 상미(12)는 "체육시간에 혼자 교실에 남아있거나 운동장 한편에서 친구들이 뛰노는 것을 바라보는 오빠의 모습을 볼 때 눈물이 나기도 했지만 소풍, 수학여행도 빠지지 않고 갔다 온 오빠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의 별명은 '탁구공'. 규탁이의 이름을 거꾸로 해 친구들이 붙여준 별칭. 그는 '삼국지'와 '조선왕조 오백년' 등 책읽기를 좋아하며 해맑은 성격 때문에 주변에 친구도 많다.

학과별 성적은 수학과 과학은 강세, 체육과 음악 등 예체능과목은 약세.

6년간 지체장애아를 위한 '화니 어린이집'과 일반 초등학교를 오간 규탁이의 학교 성적은 항상 중상위권을 유지했다.

규탁이를 위한 가족사랑은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수준.

그의 가족은 급식용 엘리베이트가 있는 학남중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1년전 북구 국우동 부영 임대아파트로 이사했다.

10년째 버스기사를 하고 있는 아버지 김숙현(44)씨는 "올해 규탁이가 중학교에 입학하니까 전동 휠체어를 사줘야겠다"며 "언제나 밝고 해맑은 규탁이를 바라보면 삶의 의욕과 희망이 생긴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휠체어를 타고 공원에 나온 규탁이는 "잘 움직일 수 없어 답답할 때가 많지만 내 힘이 닿는데까지 이를 악물고 노력해 빌 게이츠같은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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