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잠시 휴식. 촌 김치는 항상 맛있다. 좋은 물과 좋은 배추이기때문. 나온 김에 김치. 동북아시아를 강타한 '사스 광풍'에도 한국만 끄덕 없었던 원인의 하나로 회자된 김치. 한민족의 대표음식으로 세계에 알려진 김치. 그 무시무시한, 그 어머어마한 김치를 찬양한 시들도 있더라구요. 한번 모았습니다.
이헌태, 니 참 할 일 없다. 民族의 음식, 나아가 民族이 부르면 언제라도 이헌태는 그 앞에 있겠습니다. 말이 나왔으니 김치를 갖고 시를 쓴 시인이 한심하나, 이를 모은 이헌태가 한심하나. 알 사람은 다 압니다.
제일 먼저. 김지하 시인의 '김치통일론'. "통일하는데 있어서 / 김치가 필요하다는 이론을 제기한 사람은 없다 / 김치야말로 / 통일의 지름길이다 / 짜건 싱겁건 / 동치미든 젓김치든 / 김치의 맛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 이렇든 저렇든 참삶은 마찬가지이듯 / 김치를 주의해라 / 김치를 통해서 / 김치의 맛을 통해서 / 김치의 맛의 일치성을 통해서 / 통일을 생각하는 자는 믿어도 좋다 / 기타는 기타는 기타는 / 사기꾼이다". 설득력이 있습니다. 무식한 제가 알겠습니다. 넘어가고.
오세영 시인의 '김치'도 있다. "겉절이라는 말도 있지만 / 김치는 / 적당히 익혀야 제격이다./흰 배추 속처럼 / 마음만 고와서는 안된다. / 매운 고춧가루와 / 짠 소금,/ 거기다가 젓갈까지 버물린
전라도 김치, / 김치는 / 맵고 짠 세월 속에서 / 적당히 썩어야만 / 제 맛이 든다. / 누이야, / 올해의 김치 독은 / 별도로 하나 더 묻어 두어라. / 흰 눈이 소록소록 쌓이고 / 별들이 내려와 창문을 두드리는 어느 겨울 밤, / 사슴의 발자국을 좇아/ 전설처럼 그이가 북에서 눈길을 찾아오면 / 그때 / 새 독을 헐어도 좋지 않겠니? / 평양 냉면에 / 전라도 동치미를 곁들인다면 / 우리들의 가난한 식탁은 또 얼마나 / 풍성하겠니?". 하기사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장김치만 담으면 부자라고 했죠. 북풍한설의 겨울을 지낼 걱정이 없으니까요. 요즘 부자들 기준하고 완전 다르죠. 강남에 일단 5억짜리 집은 기본이고.
오세영 시인이 김치를 좋아하나 봐요. '햄버거를 먹으며'라는 시에도 일부 거론되었죠. " 김치와 두부와 멸치와 장조림과--/ 한 상 가득 차려놓고/ 이것 저것 골라 자신이 만들어 먹는 음식/ 그러나 나는 지금/ 햄과 치즈와 토막난 토마토와 빵과 방부제가 일률적으로 배합된/ 아메리카의 사료를 먹고 있다". 한식과 햄버거를 비교 했더라구요. 혹시 民族우월주의자인가.
천상병시인의 '친구3-김치' " 매일같이 먹는 김치에는 음식이 섞여든다 / 생선도 고기도 적량껏 들어가 있으니 / 음식의 백화점이 따로이 없다// 아무리 먹어도 만복도 안된다/ 대륙을 통체로 자셔도 이렇게는/자양분이 적량이 되지 않겠다// 식물도 풀과 이파리니 전체나 마찬가지다/ 맛도 미미천만(美 味千萬)이니 딴 것과 바꾸지 못한다/ 우리 백의 民族이 시꼴뜨기가 아니라는 증일이다" 김치를 좋아하는 한민족은 시골뜨기가 아니랍니다. 김치가 궁중음식인가. 하여튼 시인들은 말도 잘 만들고 격찬도 잘 해.
이렇게 좋은 김치는 세계 모든 백성들이 빠짐없이 다 먹어야 합니다. "인류 모두가 이 김치를 다 먹는 날 까지". 말로 해서 듣지 않으면 뉴욕 한가운데 대규모 테러를 해서라도. 뭐야. 김치때문에 테러를.
오후 5시쯤 식당을 출발, 쿨쿨 한숨 자고 나니 오후 8시 15분쯤 강남의 삼성 지하철역에 차를 세워준다. 2호선 전철을 타고 합정역에서 내려 좌석버스를 타고 화정집에 도착했다. 아들,딸은 '개그 콘스트'를 보다가 "아버지 잘 다녀오셨어요"라고 반갑게 맞이 한다. "아이구, 내 새끼들. 그래. 잘 있었냐". 대구 오마니 집에 전화하니, "추운 겨울날 걱정했는데" 라며 아직도 나를 걱정하신다. 오마니, 내 나이 마흔둘이야요.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