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살인은 추억으로 남았고, 네오는 세상을 구원했으며, 천하의 바람둥이 조원은 스크린 밖에서도 스캔들이 났고, 곤도르의 진정한 왕은 드디어 돌아왔다.
그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아쉬움은 잠시 접어두기로 하자. 왜? 새해에도 각양각색의 영화들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 줄 태세이니까…. 2004년 초반을 책임질 기대작들이 여기에 모였다.
◇2004년형 전쟁
지낸해 연말 20만 대군이 벌인 펠렌노르 평원 대전투(반지의 제왕3)와 684 부대원들의 목숨건 총격신(실미도)은 전쟁영화광들에게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2004년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새해 벽두 스크린을 웅장하고 거대한 전투 현장으로 채울 두편의 영화는 가슴 묵직한 뭔가를 원하는 영화팬들의 가슴을 벌써부터 설레게 만든다.
먼저 기관총에 맞서는 파란눈의 칼, '라스트 사무라이'(The Last Samurai.9일 개봉)의 전투 장면은 웅장한 스펙터클 그 하나만으로도 볼 만한 영화다.
대포와 기관총 앞에 칼과 활로 맞서며 죽어가는 사무라이들의 장엄한 최후와 그 속에 뛰어든 서양인의 모습은 한편의 잘 짜여진 서부극을 보는 양 착각에 빠진다.
또 '가을의 전설', '비상계엄'의 에드워드 즈윅 감독과 할리우드 흥행파워 1인자인 톰 크루즈의 만남만으로도 기대감을 저버릴 수 없게 한다.
하지만 서구문명의 잔인함에 질린 한 서구인이 서구화에 반대하는 동양인 편에 서서 싸운다는 줄거리인 이 영화는 극이 전개될수록 왠지 구성력과 설득력이 빈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사무라이 정신을 지나치게 미화(?)한 측면에 대해 한국 관객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다음달엔 올해 최고의 기대작 '태극기 휘날리며'(2월 6일 개봉.사진)가 영화팬들을 찾아온다.
강제규 감독이 5년만에 메가폰을 잡았고, 연기파 배우로 변신한 장동건과 영원한 꽃미남 원빈이 가세했다.
또 한국영화 사상 최고인 146억원이라는 제작비가 투입되는 등 새로운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무너져내린 한 형제의 희망과 그들간의 갈등이야기를 다룬 '태극기…'는 한국 전쟁영화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사전 기획기간만 1년3개월을 투자하면서 1천여권의 문헌자료, 화보집, 전쟁 다큐멘터리를 철저하게 조사했다.
또 17억원을 들여 경남 합천에 만든 2만평 부지의 평양세트장 등 9개월에 걸쳐 18개 지역을 돌며 촬영했고, 탱크 2대를 비롯 각종 기갑 무기들을 자체 제작하고 2만km에 달하는 낙동강 방어선 진지를 구축하기도 했다.
평양 시가전, 두밀령 고지 전투, 낙동강 방어선 전투 등 영화 속에 등장하는 전투신은 생생한 파편이 뒤엉키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전투가 아닌 전쟁을 보여주겠다'고 영화 제작진들은 말하고 있지만 6t이 넘는 폭발물과 2만5천명의 단역배우들이 투입된 전투 장면은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놓칠 수 없는 볼거리.
"내 인생을 걸었다.
그리고 내 인생을 건만큼 작품에 자신도 있다". 강제규 감독의 출사표처럼 '태극기…'는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마지막 승부수이자 올해 한국영화의 판도를 가늠할 중요한 작품이 될 전망이다.
◇환상의 모험담
"파편이 온 사방에 튀고 비명이 난무하는 전투 장면들…. 이젠 너무 지긋지긋해". 그렇다면 꿈과 환상이 가득한 판타지의 세계는 어떨까.
성장을 거부한 소년, 하지만 올해로 100살이 된 피터팬이 동화와 연극이 아닌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겨 찾아온다.
PJ 호건의 '피터팬'(Peter Pan.16일 개봉)은 1904년 처음 희곡으로 탄생한 이후 지금까지의 수많은 피터팬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모험과 발견, 그리고 꿈'이라는 원작의 정신을 가장 충실하게 옮긴 실사영화라는 점. 피터팬과 웬디 그리고 팅커벨과 후크 선장이 살고 있는 꿈과 모험의 나라 네버랜드로의 환상적인 모험은 요즘 어린이들과 한때 어린이였던 성인들에게 잃어버린 꿈과 희망을 선사할 예정이다.
'크리스마스 악몽', '가위손' 팀 버튼이 올 겨울엔 '빅 피쉬'(2월 20일 개봉)를 들고 한국을 방문한다.
아버지의 역사를 아들이 서술해가며 이해하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그의 명성답게 판타지 무비다.
원작에 담겨진 작가의 화려한 상상력이 팀 버튼 특유의 스타일로 시각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벌써부터 궁금하기만하다.
최근 소개된 '빅 피쉬'의 예고편은 모험가였던 아버지가 경험한 판타지 세상을 맛보기 삼아 보여준다.
커다란 물고기, 거인, 난쟁이, 샴쌍둥이, 유리눈의 마녀, 인어공주…. 팀 버튼 식 동화같은 영상은 환상적이다.
또 이완 맥그리거, 제시카 랭, 스티브 부세미, 대니 드 비토 등 캐스팅도 팀 버튼의 비주얼만큼이나 화려하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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