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선거가 뭐길래

"선거가 뭐기에".

100일도 채 남지않은 4월 총선만 해도 그렇다.

정가는 물론 관가, 나아가 온 사회가 선거바람에 휩싸일 듯한 상황, 그 자체만을 우려하는 게 아니다.

온전한 한 인간의 이성을 반쯤은 마비시켜버릴 듯한 '마성(魔性)'이 우리 선거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다는 의구심도 떨칠 수 없는 것이다.

서울 제 1정부청사와 과천 2청사만 해도 새해들어 출입기자들과 장.차관 등이 만나는 자리엔 십중팔구 총선이 화제거리가 돼버린다.

게다가 출마설이 나도는 인사라도 동석해 있다면 덕담마냥 추켜세우기식으로 한마디씩 건네기 일쑤다.

상황이 이렇게 굴러가면 일반 공무원들중에서도 위, 아래 가릴 것 없이 약삭빠른 쪽에선 이런저런(?) 이유로 선거정보를 귀동냥하느라 덩달아 바빠진다.

급기야 행정업무는 뒷전으로 밀려나야 할 지경이다.

출마하려는 본인이야 어느정도 들떠있기 마련이지만 주변에서조차 선거판 상황을 적당히 왜곡, 부추김으로써 헛바람을 불어넣는데 톡톡히 한몫하게 된다.

정책입안 과정도 선거바람, 정치논리에 휘말린다.

특정 지역이나 계층의 반발을 초래할 사안이라면 아예 선거후 논의로 미뤄지기 십상이고 유권자들을 의식한 선심성쪽으로 치닫게 된다.

경제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음을 그렇게도 걱정하고 있음에도 이 역시 예외가 되지는 못한다.

정치판은 어떤가. 당내에선 후보공천 경쟁, 지역구에선 출마 예상자들간의 경쟁이 진흙탕 싸움격으로 뒤엉키고 있다.

현역 지역구 의원이든 정치 신인이든 저마다 객관적인 판세라고 내세우는 자료나 근거를 듣고 있으면 모두가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다.

때문에 낙천이나 낙선되는 상황이란 이들로선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결국 음모라거나 부정선거란 식으로 몰아세우기도 한다.

정당도 마찬가지. 선거때만 되면 앞다퉈 내놓는 정책이란 게 거의 대부분 표를 의식한 것이다.

게임의 룰인 선거법은 매번 고치기를 반복, 누더기가 돼버렸다.

특히 선거구나 의원정수를 둘러싸곤 시한에 쫓기는 벼랑끝 협상에 익숙해진지 오래다.

어떻게든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꿔보겠다는 계산에 사로잡혀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외적으론 정치권 개혁 등과 같은 온갖 명분으로 그럴싸하게 포장, 유권자들을 현혹시킨다.

특히 비례대표를 늘리고 지역구를 줄이자는 등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사안들조차도 거림낌없이 분칠해 버린다.

물론 선거란 국정운영 과정에서 유권자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을 뽑는 대사(大事)인 만큼 전 사회적으로 관심을 끌고 결과적으로 과열될 수 있다.

그렇다고 대의제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라고 모두 우리처럼 치닫는 것만은 분명 아닐 것이다.

4월 총선이 한단계 성숙된 선거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

서봉대 정치2부 차장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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