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에 어떤 젊은이가 살았는데 참 가난했어. 어찌나 가난했는지 남들 밥 세 끼 먹을 때 죽 한 끼 먹을까 말까 하고 살았거든. 사는 게 하도 힘들어서 하루는,
"에잇, 얻어먹든 빌어먹든 아무 데나 가 보자".하고서 그 길로 집을 나갔어. 나가서 그냥 정처도 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어떤 산 속으로 들어가게 됐어. 집도 절도 없는 아주 깊은 산중으로 들어갔는데, 얼마만큼 가다 보니 거기에 다 쓰러져 가는 오막살이 초가집이 한 채 있더래. 마침 날이 저물어서 주인을 찾으니까 할아버지가 나오는데, 머리고 수염이고 온통 허연 할아버지야. 하룻밤 자고 가자고 청했더니 선선히 들어오라고 하더래.
방으로 들어갔더니 할아버지가 멀건 흰죽을 한 사발 끓여 주기에 먹었지. 요기를 하고 나서 둘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그래, 젊은이는 무슨 일로 이 산중에 들어왔는가?"
"하도 살기 어려워서 집을 나와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길입니다".그랬더니 할아버지가 짚 한 단을 갖다 주더래.
"이걸로 새끼줄이나 꼬아 볼 텐가?"
그래서 새끼를 꼬았지. 다 꼬아 놓으니까 하는 말이,
"그러면 그걸로 망태기나 하나 엮어 볼 텐가?"이러거든. 그래서 망태기를 하나 엮었지. 사람 하나 들어앉을 만큼 큼직하게 엮었어. 그랬더니 또 하는 말이,
"그 안에 한번 들어가 앉아 볼 텐가?"해서, 그까짓 게 뭐 어려운 일인가. 턱 들어가 앉았지.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글쎄 망태기를 덜렁 들어다 어깨에 턱 메고서는 밖으로 나가는 거야. 밖으로 나가더니 어디론가 자꾸 가네. 캄캄한 밤중에 그냥 설렁설렁 가는데,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도 대답도 안 해.
'아이쿠, 아무래도 내가 오늘밤 집을 잘못 들어왔구나'.
자꾸 가다가 보니 낭떠러지가 있는데, 그 아래로 시퍼런 불빛이 번쩍번쩍하더래. 그 번쩍번쩍하는 불빛 바로 위에 커다란 소나무가 한 그루 있고 말이야. 할아버지가 그 소나무 가지에다가 망태기를 턱 걸쳐 놓더니 뒤도 안 돌아보고 가 버리는 거야. 가만히 보니까 그 밑에 번쩍번쩍하는 것이 죄다 호랑이 눈이야. 호랑이들이 아주 떼거리로 몰려와 있어.
'이크, 이제는 죽었구나'.
망태기 안에 들어가 디룽디룽 매달려 있으니까 뭐 꼼짝을 할 수가 있나. 죽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아니나 다를까, 호랑이 떼 중에서 한 마리가 슬금슬금 벼랑을 기어 올라오네. 그런데, 이것 좀 봐. 호랑이가 망태기를 낚아채려고 펄쩍 뛰다가 발이 안 닿으니까 그만 툭 떨어져서 죽어버리지 뭐야. 그 다음에 다른 호랑이가 또 기어 올라와서 펄쩍 뛰다가 떨어져 죽고, 또 다른 호랑이가 그러다가 떨어져 죽고, 밤새 밑에 있던 호랑이들이 죄다 올라와서 뛰다가 떨어져 죽었어.
날이 훤히 새니까 그 할아버지가 와서 망태기를 끌러 주고는, 말도 한 마디 안 하고 어디론가 가 버리더래. 정신을 차리고 낭떠러지 아래로 내려가 보니 그냥 죽은 호랑이가 즐비하거든. 그걸 끌고 가서 파니까 뭐 금세 큰돈이 생겼지. 그래서 부자가 돼서 잘 살았더래. 그 할아버지는 어떻게 됐느냐고? 그건 나도 몰라. 아무도 몰라.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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