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영남 물갈이론의 실체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인 김문수(金文洙) 의원이 영남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소 우려스럽고 마뜩잖다.

특히 그가 경북 영천 출신이란 점에서 그의 발언은 예사롭지 않다.

한나라당 텃밭으로, 선거 때마다 몰표를 안겨다 준 지역 유권자나 의원들의 입장에선 야박하다 못해 화가 날 정도다.

하지만 딱히 부정할 게 없다는 점 또한 지역의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김 위원장은 8일 영남 의원들을 평가하며 "한나라당의 텃밭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의원들이 당선 이후 지역구 활동을 소홀히 했다"고 말했다.

"조건이 좋다 보니 자기관리가 엄격하지 못했던 측면도 있고, 대국민 봉사활동도 미약했다고 본다"며 "적색 경보등이 켜져 있다고 보면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역 의원들의 활동이 극히 저조해 영남에서 민심이반 징후가 이미 포착됐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는 "당의 우산과 그늘 아래 있었기 때문에 부적절한 분들도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됐다"고 꼬집었다.

또 "지역 유권자들의 '놀고 먹는거냐'는 불만의 소리가 높아 무소속 돌풍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공천심사위원장으로서 그의 말은 적어도 영남에서 만큼은 대대적인 물갈이를 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김 위원장의 영남지역 평가는 여러모로 곱씹을 만하다.

야속하다고 치부할 성질이 아니다.

반(反)YS, 반DJ 바람을 타고 선수(選數)를 쌓으면서 그동안 지역과 나라를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의원들이 적지 않았다.

지역구엔 코빼기도 보이지 않다가 선거에 임박해 내려와 지역주의를 부추겨 당선되면 그 뿐이었다.

그래서 지역 선거를 빗대어 '보름 선거'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선거일을 보름 앞두고 내려와 바람몰이를 하면 당선되더라는 것이다.

최근 빚어진 일련의 불출마 선언이 지역에서도 엄청난 반향을 낳고 있다.

문제는 '나오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또 살아남아 총선에 얼굴을 내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혁명적 공천'도 좋고, '절차적 합리성'이 보장돼야 하지만 일 잘하고, 깨끗하고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을 공천해야 한다는 점이다.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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