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수분지족(守分知足)의 삶을...

새해에는 자기의 분수를 지키면서 분수에 만족하는 삶을 영위하자. 분수를 지키는 정치, 분수를 아는 처세. 이것을 모든 사람들의 생활철학으로 마음에 새겨두어야 할 것이다.

일찍이 우리의 선조들은 수분지족(守分知足)을 강조했다.

사실 수분지족은 우리의 좌우명으로 삼을만한 인생의 깊은 지혜이다.

분수란 사리를 분별하는 지혜요, 자기의 신분에 맞는 행동이요, 자기의 한계를 깨닫는 것이요, 자기의 실력과 한도를 자각하는 것이다.

인간의 자각 중에 분수의 자각처럼 중요한 것이 없다.

자기의 분수를 아는 것을 지분(知分)이라고 하고 분수를 지키는 것은 수분(守分)이라고 한다.

자기의 분수에 만족하는 것을 안분(安分)이라고 하고 자기 분수에 지나치는 것은 과분(過分)이라고 한다.

무슨 일이나 지나친 것은 좋지 않다.

과음은 위를 상하게 하고 과식은 체하기 쉽고 과로는 병을 유발하고 과속은 사고의 원인이 되고 과열은 싸움과 화재를 일으키고 과욕은 패가망신을 초래한다.

이 세상 모든 일은 반드시 순리(順理)와 정도(正道)가 있다.

원래 인간은 순리와 정도에 따라야 한다.

그것이 지혜요, 도덕이요, 총명이요, 분수이다.

남을 알기는 쉽지만 자기 자신을 알기는 매우 어렵다.

우리의 눈은 남의 얼굴과 등은 잘 볼 수 있지만 자기의 얼굴과 등은 보지 못한다.

이기심에 눈이 어두워 내가 나를 보지 못한다.

자애심(自愛心)에 눈이 가리어 내가 나를 모른다.

교만이 나를 보는 눈을 흐리게 하고 탐욕이 분별심을 혼탁하게 한다.

중국 제(齊)나라의 재상이요 경륜가인 관중(管仲)은 지도자의 본분을 이렇게 말했다.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면 신하도 신하 노릇을 다 하지 않는다.

또 웃사람이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해 체통을 잃으면 아랫사람들이 분수나 절도(節度)를 넘게 된다". 즉 분수를 지키는 정치, 분수를 아는 처세를 강조한 말이다.

지혜의 스승 노자(老子)는 그의 '도덕경' 33장에서 지인자지(知人者知) 자지자명(自知者明)이라고 갈파했다.

즉 남을 아는 것은 한낱 지자(知者)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은 뛰어난 지혜다.

명(明)은 지(知)보다 차원이 높다.

또 노자는 '도덕경' 44장에서 지족불욕(知足不辱) 지지불태(知止不殆), 즉 족할 줄을 알면 욕됨이 없고 머무를 줄을 알면 위태롭지 않다고 했다.

이와 같이 노자는 이지(二知) 원리를 강조했다.

지족(知足)과 지지(知止). 이것이 분수철학의 근본을 갈파한 말이다.

우리 모두 새해에는 분수를 지키는 정치, 분수를 아는 처세로 수분지족의 삶을 살도록 하자.

홍재룡 전직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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