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요포럼-올해가 북한에게 마지막 기회다

2003년 한반도를 전쟁의 위기로 몰아넣었던 북핵위기는 2004년에 들어와서도 뚜렷한 해소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다.

유일한 해법이라는 기대를 모은 채 작년 8월 북경에서 열렸던 6자회담의 후속 일정이 아직도 잡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북한은 일련의 엇갈리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한편으로는 신년사설 등을 통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일군의 미국인들을 초청하여 '핵억제력을 강화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과시하였다.

미국과 북한을 비롯한 관련 당사국들이 이 문제를 가급적 파국에 이르지 않고 평화적으로 해결할 의도가 있다는 것은 굳이 의심할 필요가 없다.

다만 각국은 그 와중에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그와 같은 개별적 노력이 자칫 엇갈릴 경우 원치 않는 파국이 올 수 있다는 것이 국제정치의 교훈이다.

미국의 대통령선거가 있는 2004년은 북한의 입장에서 핵문제를 해결하고, 개혁과 개방을 통한 생존을 위한 최적이자 최후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최적'이란 북한이 외교적으로 원하는 것을 가장 많이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후'란 그처럼 좋은 기회는 한동안 다시 오지 않을 것인 동시에, 북한이 그 다음의 기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말이다.

돌이켜 보건대 냉전의 종식과 구 소련진영의 붕괴에 따른 경제위기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북한이 생존을 위한 최고의 기회를 맞았던 것은 1998~2000년이었다.

김대중 정부의 화해협력 정책과 클린턴 행정부의 실용적 노선의 '코드'가 그런 대로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원론적' 외교노선을 표방한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그 기회는 사라졌다.

2001년 9월의 9.11테러 사태로 테러지원국가로 오래 지목돼 온 북한의 입장은 더욱 어려워졌다.

2002년 10월 북핵위기가 새로이 대두한 이래 미국은 "나쁜 짓에 대한 보상은 없다"거나 "대화는 하되 협상은 없다"는 노선을 고수해왔다.

대북 선제공격론이 공공연히 논의되는 가운데 어렵게 마련된 협상의 장이 6자회담이다.

부시행정부는 적어도 11월 대선까지는 6자회담을 통한 대화국면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국면에서 민주당은 이라크 전에서의 일방주의적 군사노선을 공격할 것이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적 대화는 그에 대한 방어패로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6자회담이 대선 이전에 자체적 추진력을 얻지 못하면, 부시 대통령이 재선되든 민주당 후보가 집권하든 대선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은 원점에서 새로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원점이란 곧 강경노선을 의미한다

이 전망을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의 정치와 외교에 대해 약간의 추가설명이 필요하다.

첫째, 북한에 대한 미국의 기본적 인식은 부정적이다.

부시 행정부에서 북한이 '악의 축'을 이루는 '탈법국가'라면 클린턴 행정부 때도 북한은 '깡패국가'였다.

따라서 대북강경노선은 미국 대북정책의 기본노선이다.

둘째, 미국정치에서 북한문제가 지니는 정치적 의미는 결코 크지 않다.

북한문제가 정권에 대한 지지도를 좌우할 정도의 정치적 쟁점이 될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역설적이지만 2000년 클린턴 대통령이 방북을 고려했던 것은 그것이 야당의 신랄한 반대를 초래할 만한 정치적 무게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 부시 행정부가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역전시킨 것도 북한문제의 정치적 무게가 그만큼 가벼웠기 때문이다.

부시행정부가 그나마 6자회담의 형식으로 대화의 국면을 마련한 것은 일종의 파격이다.

한국과 중국의 외교적 노력에 더해 이라크전의 수행에 외교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선거정국이 되면서 부시 행정부는 작으나마 그와 같은 노선을 유지하고 방어할 정치적 필요가 생겼다.

선거가 끝나면 그 필요는 사라지고 미국의 대북정책은 다시 강경해질 가능성이 높다.

즉 북핵문제의 해결을 지연시키면서 북한에 대한 정치, 경제, 군사적 압력을 강화함으로써 북한체제의 붕괴, 혹은 정권교체를 노려야한다는 노선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러한 압력에 북한이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미국대선 이전에 6자회담이 어느 정도의 진척을 보여 그 자체로서 정치적 무게를 가지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북한외교는 늘 한 발 늦고 한 수 모자랐다.

2000년의 기회를 놓친 것이 그 대표적 예다.

북한이 이번의 기회마저 놓친다면, 우리는 북한의 최후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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