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암칼럼-One for all, all for one

뒤마의 소설 '삼총사(三銃士)'가 세계적인 명작으로 사랑받고 있는 것은 충절과 의리라는 명예로운 삶의 가치를 낭만적으로 잘 그려냈기 때문이다

소설속 총사들의 의리와 충절을 상징한 구호는 'One for all, all for one(하나는 모두를 위해, 모두는 하나를 위해)'.

의(義)와 충(忠)으로 뭉친 총사들 한사람 한사람은 모두를 위한 존재이면서 동시에 모든 총사들은 하나를 위해 단결한다는 탈개인주의 의미를 담고있다.

그러한 멋과 낭만이 담긴 총사대의 구호가 요즘 우리정치권에 끌어다 붙여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청와대 출신 인사와 장.차관 출신들이 총선 전쟁터에 줄줄이 투입되는 분위기에서 'One for all, all for one'의 변질된 이미지를 보게 된다는 뜻이다.

과연 총선 전선에 나선 특정 출마자들이 모두다 흔쾌히 자진해서 나온 자원병인지 아니면 같은 코드(code)의 조직 그룹을 위해 개인의 자아의지는 버린채 떠밀려 나온 용병(傭兵)인지가 의문스럽기도 하다.

우리지역 윤덕홍 전 교육부장관의 경우가 바로 그 대표적인 예다.

그 분은 과연 전적으로 스스로의 학자적 이성과 인간적 양식으로 출마가 옳다고 판단했을까 아니면 본인은 결코 출마의 뜻이 없었고 그저 대학에 돌아가 학자로 남고 싶었지만 '조직'이 요구하는 one for all의 뿌리 칠수 없는 힘에 밀려 나온 것일까.

지역 유권자중에는 '장관으로서도 결과적으로 실패한 인물이 국회의원까지 하겠다는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 없지 않다.

반대로 '그분의 인간적 성향상 그런 염치도 모르거나 순리를 가릴줄 모르는 인물은 아닌만큼 틀림없이 코드 조직의 권유에 의한 불가피한 결단이었을 것'이란 긍정론도 있다.

어느쪽이 진실인지 궁금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떠도는 풍문만 듣기보다는 직접 윤 전 장관에게 물어보는게 옳다 싶어 그저께 설인사 겸해 전화를 드렸다.

-가족분들과 일부 주변에서 출마를 말렸다고 하고 윤 전 장관께서도 애당초 나서고 싶지 않았다는 얘기가 있는데-. "집에서 반대하고 나도 대학(대구대학)에 다시 가려고 3월 신학기 강의표까지 짜뒀던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끝내 출마 하신걸 두고 일부에서는 코드 맞는 조직 쪽에서 좋은 자리(장관) 다 해놓고 이제와서 혼자 빠지려 하느냐, 전체를 위해 또 정치개혁을 위해 떨어 지더라도 장렬하게 산화하는 정신으로 출마해야 하지 않느냐는 권고 때문이라는 말도 들린다.

사실인지-.

"다 옳은(맞는)말씀이다.

장렬히 산화 하더라도 나오라는 얘기는 대구의 386 주변 사람들의 얘기다 형님, 인생 그렇게 살면 되겠느냐는 신의(信義) 관계나 남자가 갈길 같은 말도 있었다.

서울에서도 개인(私)보다는 공(公)을 위해 나가라고들 했고 그것이 명분이었고 그래서 명분을 따르기로 한것이다".

-공(公)의 의미란 정치적으로 인연을 가진 조직의 정치적 이해나 명분을 공(公)으로 본다는 것인가-.

"젊은 친구들의 사고방식으로는 그런것 같다.

새롭고 깨끗한 정치를 위한 출마를 공적인 가치라 보는것 같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다만 인간적으로 나(윤덕홍)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만 편하게 지내라고 출마를 말렸는데 그러나 결국 명분을 따르기로 한것이다". 꾸밈없고 순박한 대답이라는 느낌속에 마음 한구석에는 그러한 그의 소박한 스타일이 장관시절, 전교조와 교육부 관료라는 두개의 벽을 뚫어내지 못한게 아닌지 아쉬움이 인다.

어쨌든 그는 좋게 말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출마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가 말한 조직의 인사들이 형님, 인생 그렇게 살지말자는 투의 강한 권유가 없었더라면 본심대로 출마하지 않았을 분별있는 분이란 것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민주국가에서 참정권은 중요한 정치적 기본권이다.

그러나 그 참정권이 특정 정당이나 정치그룹의 올인 전략에 의해 말 그대로 장렬하게 산화되는 용병처럼 내몰리는 참정권이 돼서는 안된다.

노 정권은 all for one의 의미를 모든 인맥과 전략을(all) 오직 총선 승리 하나(one)을 위해 쏟아넣는 의미로서가 아니라 모든 역량과 노력(all)을 오직 경제 하나(one)에 쏟아넣는 의미가 되게 해야 옳다.

그런 뜻에서라도 학자가 되고 싶어하는 물러난 장관을 다시 정치판에 밀어넣어 장렬한 산화를 압박하는 올인 전략은 적절한 권유가 못된다.

윤 전 장관님 또한 all for one의 의미가 모든 정치적 보은이나 조직의 의리도 소중하지만 한사람 한사람의 양식과 이성적 판단이 더 존중되고 보호되는 것이 더 값진 공적가치임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본보여 주는 뜻에서 총선출마 포기 재선언을 하심이 어떠실지, 훌훌털고 캠퍼스로 돌아가 후학들과 유유자적 깨끗한 학자의 길을 가심이 그분의 길이 아닐까 싶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데 그래도 굳이 나서시겠다면 진심으로 승전을 빌어드릴 수밖에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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