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낮 12시 대구시 북구 칠성시장 내 닭시장(닭전) 골목. 모래집의 경우 국내 수요의 70% 이상을 공급할 정도로 전국적인 명성을 날리던 골목은 말 그대로 '폐업' 직전이었다.
가공된 닭을 판매하는 10여개 상점은 가게 주인과 직원들만이 진열해 놓은 재료를 뒤적이거나 무료한 표정으로 앉아있을 뿐 찾는 이는 없었다. 옆 골목의 산 닭, 오리 등을 파는 상점들도 냉기가 돌기는 마찬가지.
"보통 장사가 안 되면 '심각한 상태'라고 표현하죠. 하지만 지금은 그 이상을 넘어 '절망'이라고밖에 볼 수 없어요". 칠성시장에서 닭고기 판매만 20년째라는 '슈퍼닭집' 서옥순(53.여)씨는 "지난해 12월 경주의 양계장에서 조류독감이 확인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장사는 꿈도 못 꾸는 실정"이라고 힘없이 말했다.
또다른 상인은 조류독감 여파를 묻는 질문에 "보면 모르느냐, 죽지 못해 살지"라며 짜증 섞인 반응까지 보일 정도였다.
서씨는 예년 설대목때는 닭을 하루에 적게는 500마리, 많게는 700마리까지 팔았지만 올 설에는 5일 동안 고작 50마리 정도밖에 팔지 못했다고 했다.
이곳 상인들은 평소 새벽 4시부터는 문을 열었는데 닭이 팔리지 않다 보니 이제는 아무 때나 가게문을 여는 것이 일상화 됐을 정도다.
"며칠전 한 손님이 모래집을 구입하려하자 같이 왔던 아이가 '아빠, 이거 먹으면 죽어'라며 말리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서씨는 "지나친 과잉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전국 모래집 수요의 70% 이상을 공급하던 칠성시장내 모래집 판매상에도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하루 10만여개나 되던 물량이 지난 연말 이후로는 80% 정도나 감소된 탓이다.
ㅎ 상회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한달여 전만 하더라도 일손이 모자라 쩔쩔맸는데 이제는 물건이 팔리지 않아 언제 가게에서 잘릴지도 모르는 지경이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닭골목 상인들이 더욱 우려하는 것은 현재의 불황보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다. 산지에서 닭 부화를 중지한 곳이 많아 3개월 정도 지나면 조류 파동이 끊나도 공급이 끊기는 '닭공황'이 우려된다는 것.
ㅊ닭 상회 김모(43)씨는 "시장의 닭 수요는 식당과 체인 전문점 등이 80%선을 차지하는데 이들이 장사가 아예 안 돼 조만간 공급을 그만 해 달라고 요청 할 태세"라면서 "아예 닭이 식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밤잠이 오지 않을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 길을 몇명 상인들이 가로막고 목소리를 높였다."언론은 있는 그대로만 써주면 됩니다. 닭 폐사시키는 모습이 그렇게 재미있습니까".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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