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실험'으로 꼽히는 한나라당 공천후보자들의 공개토론회에서 33세의 여성 신인이 현역 의원을 무너뜨리는 이변을 낳았다. 이른바 공천혁명의 도래를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공개면접 토론은 밀실공천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데다 정치신인들이 자신들을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서 향후 전 지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정치실험이라는 미명 아래 당 지도부 입맛대로 공천을 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도 적지 않고 예비후보들의 공천 탈락에 따른 반발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고단수 전략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30일 당 공천심사위가 주관한 토론회에서 단수 우세후보로 확정된 이들의 평균 연령은 38세. 부산 연제구에서 현역인 권태망(權泰望) 의원을 탈락시킨 김희정 부대변인(33), 부산진을 이성권(35) 전 부산대 총학생회장, 부산 수영 박형준(44) 동아대 교수, 경기 군포 유영하(41) 현 서울지검 북부지청 검사는 쟁쟁한 40, 50대 후보들을 물리치고 사실상 공천권을 거머쥐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같이 토론대에 섰던 경쟁자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렸다는 점이다. 게다가 김 부대변인 등에게 분루를 삼킨 이들은 현역 의원은 물론, 최병렬(崔秉烈) 대표의 측근인 김정훈 전 대표비서실 부실장(부산 연제), 황준동 전 특보(부산 진을), 심양섭 전 특보(경기 군포) 등이다. 향후 공천과정에서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한 셈이다.
김문수(金文洙) 공천심사 위원장은 "정치적 신념과 의정활동 수행역량, 흡인력과 득표력이 심사의 주요 기준이었다"며 "당초에는 유력후보 2, 3명을 압축할 계획이었으나 4지역 모두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한 후보를 낙점하는 등 결과가 만족스러워 공개토론회를 추가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성헌(李性憲) 공천심사위원도 "서류심사에서 볼 수 없었던 후보자간 우열이 확실히 드러나고 실제 총선 경쟁력을 파악할 수 있었다"며 "면접.토론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천심사위의 공개토론 확대 방침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토론시간이 90분(개인당 20분)에 불과해 자칫 외모와 스피치 능력만으로 후보자를 변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토론회가 끝난 뒤 후보자 결정까지 걸리는 시간이 불과 한 시간 정도여서 공천심사위가 사전에 내정자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다. 예컨대 현역의원을 30대 신인과 토론을 붙인 발상 자체가 현역 물갈이를 위한 요식행위가 아니냐는 것.
권태망 의원은 "말장난과 다름없는 토론회만으로 공천이 결정된다면 시험제출 과목부터 검증해야 한다"며 "개인당 20분 남짓한 토론을 통해 경쟁력 있는 후보를 뽑는다는 게 가능한 일이냐"고 항의했다.
김정훈 변호사(부산 연제) 역시 "최 대표도 '여론조사도 않고 토론 한번 잘했다고 표하고 연결되느냐'며 불만을 표했다"면서 "이번 결과로 최종 결정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사진 : 30일 오전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한나라당 제 17대 국회의원 후보자 공개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김영욱기자 mirag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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