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교회나 사찰 등지를 돌며 용돈을 구걸하는 '유랑 노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일정한 주거지 없이 종교단체를 전전하며 몇백원의 동냥을 얻어 생활하는 노숙자들과는 달리 집과 가족이 있는 '멀쩡한' 노인들이 용돈이 궁해지자 '구걸'에 나서고 있는 것.
대구시 달서구 도원동 ㅊ교회의 한 목사는 "최근들어 교회에 찾아와 용돈과 먹을 것을 부탁하는 노인들이 부쩍 늘었다"며 "교회재정이 열악한 상태지만 전담 신도를 지정해 이들에게 1천원 정도의 용돈과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구 남산동의 ㄴ교회 관계자도 "용돈을 준다는 소문을 듣고 매주 200여명이 넘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찾아와 업무를 못 볼 지경"이라며 "노인들에게 주는 용돈 부담이 갈수록 커져 최근에는 용돈 대신 라면을 대접하고 있다"고 했다.
동구 도학동의 ㄷ사찰도 점심때만 되면 이곳을 찾는 유랑 노인들 때문에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
특히 최근들어서는 칠곡이나 반야월.경산 등 도심 외곽지역에 사는 노인들까지 시내버스를 타고 도심으로 와 교회나 사찰을 찾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지난달부터 이같은 '유랑 노인' 대열에 합류한 최해용(77.대구 북구 관음동) 할아버지는 "자식이 부도가 난뒤 용돈을 받기가 어려워 친구따라 교회.사찰 등을 돌며 용돈을 얻고 있다"면서 "유랑 노인들은 식사를 대접하는 복지관이나 사회단체보다 용돈을 주는 종교단체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김윤정(67.북구 동천동) 할머니도 "일요일이 되면 용돈을 주는 종교기관들을 돌며 몇천원씩 받아 일주일 용돈으로 쓰고 있다"면서 "나이 들어 이런 생활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자식들 형편이 좋지 않아 어쩔수 없다"고 했다.
노숙자들을 상대로 한 무료 급식소 등에도 '유랑 노인'들이 대거 합류하고 있다.
(사)맑고 향기롭게 대구 모임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박민지(25)씨는 "이달들어 무료 급식소에 멀쩡한 차림의 노인들이 계속 찾아와 식사를 하는 바람에 밥과 반찬을 추가로 만드는 등 애로 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대구시 복지정책과 김종한 과장은 "이들 노인중에는 생활이 어려운 독거노인이나 가출노인들이 섞여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실태 조사에 나서 필요한 경우 생계비 지급 등 유랑 노인 관리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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