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국발 원자재값 폭등...업계 비상

국제 원자재가격이 폭등하면서 지역 제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같은 원자재 폭등은 중국이 엄청난 양의 각종 원자재를 마구 구입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2분기 본격적인 산업 생산을 앞둔 기업들에 위기가 닥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기동이 지난해 1월에 비해 t당 700달러 가량 오른 것을 비롯, 고철과 빌릿(철근 반제품) 등의 철강 원자재 가격의 폭등이 가장 심각하다

파이프 제조업체인 동원파이프 한 관계자는 "핫코일 가격이 지난해 3번 오르더니 올해도 연말에 비해 벌써 15%나 올랐다"며 "파이프 가격을 또다시 올릴 수 밖에 없어 건축공사장 등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재 외에도 천연고무 등 대다수 공업 원자재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고무가공업체인 평화CMB는 2002년 t당 500달러에 불과했던 천연고무 가격이 현재 1천400달러까지 치솟았다고 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중국이 엄청난 양의 원자재를 빨아들이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이 대부분 폭등하고 있다"며 "말레이시아에 집중되던 원산지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로 다변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t당 1천474달러 수준이었던 알루미늄도 이달 현재 1천500달러를 웃돌고 있다. 알루미늄 업체의 매출원가율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알루미늄 가공품을 필요로하는 건설업체 등의 채산성도 나빠진다는 것.

남선알미늄측은 "원자재 거래소인 런던 시장에서 거의 모든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아직 출하되는 알루미늄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해 매출원가율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지방조달청은 원자재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알루미늄을 비축, 업체에 수시로 방출하고 있지만 지난주엔 방출을 잠정 중단했다. 국제 알루미늄 가격이 지나치게 급등, 현재의 방출가격을 맞춰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조달청 한 관계자는 "올들어서만 13번에 걸쳐 알루미늄 400t을 방출할 정도로 업체의 문의가 빗발치지만 국제 알루미늄 가격이 워낙 올라 지난주엔 방출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며 "현재 방출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 최대 섬유산지인 중국이 성수기를 앞두고 섬유원료인 EG(에틸렌글리콜), TPA(텔레프탈산) 등의 석유화학제품을 대량 구입하면서 화섬 원료가격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코오롱, 효성, 휴비스 등 화섬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맘때 600달러 안팎이었던 EG는 12월 680달러까지 오른 후 이달 들어 700달러 선을 돌파했다. 지난해 이맘때 500달러 안팎이었던 TPA 가격또한 12월 590달러까지 폭등한데 이어 이달 들어 600달러를 넘어섰다. 삼성석유화학이 최근 주요 화섬업체를 대상으로 TPA를 t당 30달러 인상하면서 화섬업계는 산자부에 조정을 요청한 상태.

지역 섬유업체들은 화섬업계가 아직은 원사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지만 3, 4월 성수기가 시작되면 원료가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할 가능성이 커 지역 직물업계의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원료값은 급등하고 있지만 이를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20년 연속 흑자를 냈던 코오롱이 지난해 처음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효성또한 지난해 1/4분기 100억대를 넘었던 영업이익이 3/4분기엔 37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농산물 원자재값도 폭등해 지난해 1월 t당 255달러 수준이었던 대두값은 7월 이후 급등세를 보이면서 올해 들어 382달러까지 치솟았다. 대두값 폭등은 이미 일부 소비재 값 인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매 콩, 두부값이 10~15% 오른데다 식용유 가격도 지난해 말 10% 이상 올라 물가 불안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것.

산업자원부는 이처럼 원자재 파동이 확산되자 할당관세 대항품목을 확대, 주요 수입 원자재에 대한 관세인하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원자재 파동은 중국 경제 과열과 세계 경기 회복 기대감에 따른 것이서 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경련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호주, 캐나다 등의 자원 부국과 자원협력 외교를 강화하고 부품.소재산업의 대형화 및 전문화를 유도해 원자재 가격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경철.이상준기자

사진: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대구조달청은 지난주 알루미늄 방출을 잠정중단했다가 11일쯤 방출을 재개할 예정이다. 사진은 조달청에 야적된 알루미늄. 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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