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니어'도 경쟁력이다-(7)급증하는 고령인구와 정부정책

일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실업은 가장 큰 고통 중 하나다.

평균 수명 80세에 육박하는 시대에 40, 50대에 퇴직을 강요당하는 현실이 암담하다.

한창 일할 나이에 30년을 무직으로 살아야 하는 것은 실직자 개인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일하는 사람이 줄어든다는 것은 이들을 부양해야 할 젊은층의 부담이 큰 폭으로 늘어남을 의미하는 만큼 기형적인 사회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초고속 고령화. 전문가들은 지금 고령화 대책에 대해 정부, 기업, 개인이 모두 지혜를 모으지 않을 경우 국가 몰락이란 비극적인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초고속 고령화

지난 2000년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 비율이 7%를 넘어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오는 2019년에는 노인 인구 비율이 14%에 도달, '고령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불과 7년 뒤인 2026년에는 고령 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될 전망이다.

아직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국가는 없으나 일본이 가장 빠른 2006년, 독일 2012년, 영국.프랑스.미국 등은 2020년대에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고령화에 있어 특히 심각한 것은 바로 고령화의 속도가 어느 선진국보다 빠르다는 점이다.

고령 인구 비율이 7%에서 20%로 증가하는데 걸린 기간을 국가별로 비교해 보면 가히 충격적이다.

프랑스는 156년, 영국 92년, 미국 86년, 이탈리아와 독일 80년, 일본은 36년 걸린 반면 우리나라는 단 26년.

그러나 선진국들은 이미 20, 30년 전부터 고령화 사회를 예견하고 그에 대한 준비에 들어갔지만 우리나라는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대책 마련에 나섰을 뿐 아직 이렇다할 정책이 없는 실정이다.

급격한 감소 추세에 있는 출산율은 고령화의 속도를 더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낳는 자녀 수는 1960년대에는 평균 6.0명이던 것이 2001년에는 평균 1.3명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2002년에는 사상 최저이자 세계 최저인 1.17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노인 부양 부담도 급격히 늘어나게 됐다.

지난 1970년에는 25~64세 이하 12명이 노인 한 명의 부양을 부담하면 됐으나, 2000년에는 7.6명으로 부담이 급증했다.

2010년에는 5.5명, 2030년에는 2.4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해야 하는 구조가 될 전망이다.

▨일하고 싶다

지난 2002년 한국노동연구원이 1천433개 사업체 66만9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0세 이상의 고연령 근로자는 3만3천600명으로 전체의 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고연령 근로자의 비중이 가장 높은 직종은 단순노무직(13.6%) 이었다.

그러나 고령층이 희망하는 퇴직연령은 평균 68세로 현실과 상당한 괴리를 나타내고 있다.

'능력이 남아 있는 한 퇴직 시기를 늦추고 싶다'는 비율도 80%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7대 광역시의 만 55~69세 남녀 8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희망 연령이 평균 67.8세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들 중 절반 이상인 53.7%가 현재 직업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 이들 중 49%는 재취업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대로 된 정책 모색해야

노인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 1991년 제정된 '고령자고용촉진법'은 정부의 고령자 취업지원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은 기준 고용률에 따라 고령자를 고용하도록 노력할 것을 규정하고 있지만 권고사항일 뿐 강제적인 처벌규정이 없어 실제적인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또 정부가 중.고령층의 취업을 위해 고령자 및 준고령자에게 적합한 직종을 선정했지만 대부분이 단순근로직에 집중돼 있고 고용 실태 파악도 힘든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역사회에 잠재된 사회적 일자리를 발굴하는데 힘을 써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변재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노인장애인정책개발센터 소장은 "공공성.공익성.지역성.사회적 기여 등을 담보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아야 한다"며 "이는 기존의 노동시장과 충돌하지 않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취약해지기 쉬운 지역사회 주민들의 복지, 문화, 교육, 환경 등 삶의 질을 제고한다는 점에서 사회적.공익적 성격을 갖는다"고 했다.

저임금의 한시적인 부업이나 불안정한 취업과 구별되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 수익, 고부가가치 창출이 목적이라기 보다는 소외 극복과 탈 빈곤, 사회적 기여, 다양한 능력과 전문기술 활용 등의 측면에서 중.고령층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부문에서의 일자리 확대를 위한 각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조체계 구축, 각 부처간의 협력관계 강화, 정부부처의 정책 일관성 등의 중요성도 지적하고 있다.

또 중.고령 근로자들이 노동시장에서 서서히 빠져나갈 수 있는 가교 고용 시스템 확보와 이들이 현직에 있는 동안 직업 훈련의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는 사회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장지연 부연구위원은 "중.고령층 근로자의 고용을 확대하기 위한 대책 수립 시 자신이 그동안 일해온 직업과 경력이 가능한 오래 연장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퇴직 전문인력 활용과 저소득층 고령자에 대한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무급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 확대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고령자 정책

정부는 오는 2008년부터 정년을 60세로 연장하고 이를 사실상 강제 적용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3단계 정년.연령차별제도 개선방안을 내놓고 연령 차별 금지와 정년 연장, 나아가 정년제 폐지까지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정년연장형 임금조정 옵션제를 도입하고 고령자 고용촉진을 위한 다년 고용계약제를 인정하는 한편 정년퇴직자 재고용 장려금 신설, 고령자 신규고용장려금 지급요건 완화 등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또 보다 적극적인 고령층 일자리 마련을 위해 고령자 2만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 노인인력운영센터 설립, 지역사회 시니어클럽 30곳 확대 등 사업도 펼칠 계획이다.

대구시도 올해 노인 일자리 확대를 위해 총 18억5천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4만5천여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키로 했다.

일자리 유형에는 환경정비 등 공공 참여형과 숲생태해설, 문화재설명 등 사회참여형, 지하철택배, 세탁방 등 시장 참여형 등이 있다.

시는 특히 올 하반기쯤 55세 이상 취업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상공회의소, 노동사무소 등 관련기관들과 연계해 노인일자리 박람회를 개최할 계획으로 전담팀 구성을 추진 중이다.

또 지역 시니어클럽 2곳에 각각 1억5천만원을 지원, 취업 알선 및 창업 등을 활성화시키고 지역 4곳의 노인취업알선센터를 운영, 2만3천여명에게 장.단기적 일자리를 제공할 방침이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협찬:사회복지법인 어르신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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