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출 2백억불 금자탑 구미-(2)삶의 질은 멀었다

지난해 4월 구미시 인동으로 생활터전을 옮긴 주부 이선화(38)씨. 삼성전자에 다니는 남편 강철현(41)씨와 딸 유선(12), 아들 지혁(9) 등 네 식구가 살아가고 있다.

새롭게 급부상하는 대규모 주거지역이라 좥생활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겠지좦하는 막연한 기대로 이 곳을 택했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이씨의 하루 일과는 새벽 5시부터 시작된다.

남편의 아침 출근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다.

자칫 어물쩍거리면 1시간씩 도로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인동진평 등지에서 쏟아져 나온 출근 차량들은 오전 7시면 밀리기 시작해 유일한 지방도 906호선은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해 버린다.

문제는 교통뿐 아니다.

이 주변에는 변변한 병원,은행 등 생활편의 시설조차 없다.

극장이나 박물관등 생활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문화공간은 아예 꿈도 꾸질 않는다.

이같은 열악한 생활환경 속에서 주부 이씨는 문화의 빈곤을 넘어 심각한 고갈과 시민의식의 황폐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씨는 팔도에서 모여든 사람들은 직장을 통해 돈 벌이에만 신경쓴다며 이 곳 사람들은 이웃이나 공동체 같은 시민의식은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구미가 수출 200억달러를 돌파한 저력엔 젊은 근로자들의 땀이 있었다.

구미 인동 진평 등에는 최근 2, 3년새 인구가 두배 이상 늘었다.

인구 4만4천500여명 중 2만명 이상이 신 주거지역으로 옮겨온 이들이다.

오는 5월에도 대우아파트 888가구를 비롯해 1천가구 이상이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다 원룸 등 다세대 주택 600여동(6천여 가구)이 지어져 50%정도가 입주 완료한 상태다

하지만 병원, 은행, 목욕탕 등 생활편의 시설과 삶의 문화수준을 높여 줄 공간은 심각할 정도다.

이에비해 노래방.주점 등 유흥업소 1천여곳이 주택가 골목까지 침투해 있다.

게다가 주택가 공터마다 쓰레기더미가 산처럼 쌓여있다.

인동동사무소 권순원주무는 주택지로 급부상하는 대신 삶의 문화와 생활의 질은 사라진 곳이라며 팔도촌이라 공동체 같은 시민의식은 물론 생활터전에 대한 정주의식조차 흐려져 있어 심각하다고 한다.

출.퇴근길 도로의 상습 정체도 생활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그나마 이 지역에는 초등학교 5곳이 들어서 교육환경 만큼은 다른 곳보다 좋은 편이다.

강서지역의 또 다른 신 주거지인 상모사곡동. 이 곳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까지 6천805가구 2만400여명이 살고 있다.

이 들 대부분도 1, 2년새 들어선 다세대 공동주택에 들어 온 사람들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만도 전체 인구의 30%인 2천여가구가 들어왔다.

앞으로도 화성아파트 등이 완공될 경우 1만명 이상 늘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에는 무엇보다 교육환경이 열악하다.

급작스런 인구증가로 하나밖에 없었던 초등학교로 인해 끊임없는 민원이 발생했다.

그 과정에 상모초교에 컨테이너 교실이 설치되고 한학급에 40여명을 넘어서는 콩나물교실 현상도 빚어졌다.

다행히 지난해 인근지역에 초등학교가 새로 생겨 학급과밀 현상은 다소 해결됐으나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정도다.

도량지구에도 최근들어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주공 1차단지 입주에 이어 2, 3차 단지와 현진아파트가 속속 올라가고 있는 것. 이 주변에는 구미 최대 아파트 밀집지로 줄잡아 1만여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 주변은 미처 들어서지 않은 상가건물과 편의시설로 황량하다.

도량2동 아파트단지에는 비좁은 출입구로 인해 출.퇴근시간이면 어김없이 차량들이 꼬리를 문다.

최근 2, 3년사이 신 주거지역으로 급부상한 인구 급증으로 이 곳은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있다.

주택가로 침범한 유흥업소, 만성적 교통문제와 교육문제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생활편의, 삶의 질에 대한 기대는 수출 200억달러에 자리를 양보한 것이다.

이들은 문화나 놀이를 찾아 대구나 포항, 경주지역으로 썰물처럼 빠져 나간다.

구미YMCA 김영민사무총장은 생활문화의 중요성을 잊고 사는게 구미의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문화를 기반하지 않는 산업은 사상누각으로 행정기관이 주민들의 문화복지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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