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 '영남 물갈이' 내홍 확산

지역 현역 국회의원의 공천탈락이 9일 비로소 가시화됐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는 이날 박세환(朴世煥) 의원을 낙마시키고 주호영(朱豪英) 변호사를 우세후보로 선정했다.

김문수(金文洙) 공천심사위원장은 "성장 가능성과 대구의 물갈이 요구를 감안했다"며 탈락배경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이날 '영남 물갈이'가 향후 본격 도래할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영남지역을 화끈하게 바꿀 것이다.

문제가 되는 사람 모두를 바꿀 것"이라며 "정치신인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은 이 시대의 요구"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국회의원 직군도 여느 직업처럼 일정한 경륜과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유망한 신진에게 물려주는 것도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이어 대구.경북지역 공천 방향과 관련, "영남은 공천 후유증을 극복할 수 있는 지역적 지지기반이 있어 물갈이에 대한 부담이 비교적 적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물갈이 지상주의에 대한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아 후유증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능력과 의정활동에 대한 성실도 그리고 지역에 대한 열정 등을 제쳐두고 단순히 나이만 문제 삼아 물갈이 잣대로 이용하는데 대한 반발 여론이 상당하다.

지역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비정상적인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 자파 세력을 확대하려는 정치적 저의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또한 영남권 대폭 물갈이의 배경으로 지적한 '지역적 지지기반'과 관련해서는 한나라당 공천 신청자 대부분이 "한나라당 지도부가 '막대기만 꽂으면 된다'는 환상과 착각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총선 결과가 우려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공천 미확정 지역구인 대구 달서갑과 북갑, 수성갑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북갑(박승국)에 대해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현역이 상당히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고 달서갑(박종근)은 "교체요구도 있지만 예산 전문가의 필요성도 있어 양쪽을 사이에 두고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전반적으로 전문성보다는 '철밥통'을 갈아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수성갑(김만제.이원형)을 가리켜 "거기서 거기다.

시원한 답이 없다는 게 문제다"며 "새로운 카드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뚜렷한 답이 없다"고 말해 현역 교체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역 물갈이의 희생양이 된 박세환 의원도 순순히 물러날 기세는 아니었다.

박 의원은 10일 중앙당에 공천 재심을 청구한 뒤 추가 정밀 여론조사와 경선을 요구했다.

그는 "국방안보 전문가를 단순히 재선 의원이란 이유로 배제하는 대신 특정 후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또 "가상대결에서 1천명의 샘플 응답자로부터 조사된 전체 지지도에서 1위로 꼽힌 저를 빼고 주 변호사를 유력후보로 발표한 것은 여론조사 방법론에 대한 기본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영천과 경산.청도지역에 대해서는 공천심사위원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우세 후보 발표가 미뤄졌다.

공천심사위 관계자는 "우세 후보의 윤곽이 드러났지만 한 심사위원이 끝까지 반대, 발표를 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10일 오전 다시 회의를 열어 심사위원간 표결로 유력후보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구 수성갑의 김만제(金滿提), 이원형(李源炯) 의원과 북갑의 박승국(朴承國) 의원은 당 공천심사위의 현역의원 교체 분위기에 발끈했다.

공천심사위의 김문수(金文洙) 위원장이 전횡을 하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수성갑의 김, 이 의원은 당공천심사위가 전국구인 이한구(李漢久) 의원을 공천하려하자 9일 최병렬(崔秉烈) 대표를 항의 방문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김 의원은 "그런 무모한 공천이 어디있느냐"면서 "멀쩡한 현역의원이 두명이나 버티고 있는데 두사람 중 한명을 경선이나 여론조사로 결정하면 되지 무슨 영입이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당에서 전국구 자리가 줄어들면서 이한구 의원을 지역구로 내보내려 하고 있다면서 "지역구에서 반드시 말썽이 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도 "신 정치 1번지인 수성구민들을 어떻게 보고 그런 공천을 한단 말이냐"면서 "성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을 뽑으라는 말인데 만약 그런식으로 공천을 한다면 큰 코를 다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에서 이한구 의원을 공천할 것에 대비해 김, 이 의원 진영에서는 공조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북갑의 박 의원은 당공천심사위가 여론조사를 내세워 박 의원을 흔드는데 대해 "김문수, 이재오도 구청장과 여론조사를 하면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12일까지 의정보고회를 마친 후 상경해 정식으로 여론조사를 해보자고 제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공천심사위도 지역의 분위기를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경훈.이상곤.김태완기자

사진:10일 오전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홍사덕총무와 이상득사무총장이 뭔가를 논의하고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