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깊어가는 달성군 시름

"위천공단의 악몽이 되살아납니다". 조해녕 대구시장이 지난 5일 이강철씨 등 열린우리당 관계자들의 방문을 받고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KIST)의 입지가 대구 달성 현풍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라며 한발 물러선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자 달성군민들이 발끈하고 있다.

지난달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DKIST의 최적지로 현풍 신도시를 꼽을 때만 해도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최근 저마다 DKIST 유치에 나서자 위천공단의 악몽이 되살아난 것.

달성군민들은 위천공단 조성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공약까지 하고서도 부산.경남지역 주민들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마당에 이제 DKIST 문제를 놓고 경북에 이어 같은 대구시민들까지 문제를 제기하자 섭섭함을 드러내고 있다.

달성이 대구 편입 10년째를 맞고 있지만 방천 쓰레기매립장과 취수장.배수장, 상수도 보호구역, 그린벨트 등 그동안 대구시민들을 위한 혐오시설과 '허브'로서의 역할만 강요했지 달성발전을 위해 해준 게 없다는 주민들의 불만이다.

위천공단 문제가 13년째 발이 묶여 있고 인근 구지공단도 입주가 지지부진한 터에 DKIST마저 어려워질 경우 달성발전의 미래가 없다며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나섰다.

"위천공단 조성 얘기가 있을 때만 해도 구미는 1공단만 겨우 조성됐는데 지난해 구미가 200억달러 수출로 들떠 있을 때 달성은 겨우 7억5천만달러 수출이었다"며 "대구 편입으로 달성이 나아진 게 없다"는 한 군의원의 독백이다.

특히 조시장의 DKIST 발언 이후 달성군청과 군청 홈페이지에는 DKIST 유치를 위해 군민이 뭉쳐야 한다는 항의성 전화와 글이 잇따르고 있다.

군청 한 고위 공무원은 "공무원 입장에서 이들과 뜻을 같이 할 수도 없지만 정치적인 논리에 밀려 지역의 최대 큰 현안이 표류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도 없는 실정"이라며 예전과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DKIST를 향한 달성군민의 시름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사회1부.박용우기자 yw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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