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이 닻을 올렸다.
273개 시민사회단체로 결성된 '2004 총선시민연대'는 지난 5일 17대 총선 과정에서 낙천.낙선운동을 벌일 대상자 66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16대 총선을 강타했던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을 재연, 시민혁명을 성사시키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 16대 총선때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은 위력을 발휘했다.
당시 낙선운동 대상자 86명 중 59명(68.6%)을 탈락시켜 시민단체 주장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계기가 됐다.
대구.경북에서도 낙선대상으로 분류됐던 11명의 후보 중 70%에 가까운 7명의 인사가 낙선했다.
이중에는 김윤환, 박철언, 서훈 등 당시 현역의원도 3명이나 포함됐다.
물론 이들의 탈락을 단순히 시민단체 낙선운동의 영향만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위력을 입증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이같은 단순비교만으로 낙선운동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당시 대구.경북의 경우 낙선대상으로 지목된 한나라당 의원 4명은 전원 살아남았다.
시민단체가 비록 낙선대상으로 지목했지만 당시 한나라당 바람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역의원 6명이 1차 낙선운동 대상에 포함됐지만 지난 2000년의 학습탓인지 아직 그 파급효과는 미약한 편이다.
시민단체 성격상 의례껏 포함될 사람이 포함됐을 뿐 별다른 영향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의원들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아예 낙선대상으로 선정된 데 대해 무시하는 분위기도 눈에 띈다.
김만제(金滿提) 의원은 "KDI원장이기 때문에 국보위에 당연히 참여할 수밖에 없었고 국보위 경제분과가 인권탄압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반문했다.
심지어 일부 유력후보의 경우에는 낙선대상에 포함된다하더라도 개의치 않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을 정도다.
대신 철새정치인, 부패정치인 대열에 끼인 인사들은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철새정치인 이미지의 의원들은 시민단체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역공까지 시도하고 있다.
"야당에서 여당으로 자리를 옮긴 철새정치인은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등 이들의 공세도 만만찮다.
따라서 시민단체 낙선운동의 공정성 문제는 향후 운동 전개과정에서 가장 큰 시비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민단체가 올해는 낙선운동을 넘어 당선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서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낙선운동도 엄청난 반대 여론에 시달렸는데 특정인을 당선시키겠다는 것이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먹힐 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경실련의 한 관계자는 "낙선운동은 기준이 명확해 일반 시민들도 쉽게 수긍할 수 있지만 당선운동은 기준이 모호해 당파적으로 흐르기 쉽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주축이 된 '국민의 힘' 등에 대한 중립성 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 같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노사모 등이 주축이 된 당선운동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의 '홍위병'식 선거운동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총선대구시민연대 핵심관계자도 "대구의 낙천, 낙선운동은 당선운동을 벌이는 그룹과는 궤를 달리할 것"이라며 "형평성을 잃지 않기 위해 객관성과 공정성을 어떤식으로 확보할 것인지를 가장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총선때와 마찬가지로 낙선운동이 과연 영호남 지역주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관심사다.
지난 총선 낙선대상자 중 70%에 가까운 인사가 탈락하기는 했지만 영호남은 무풍지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낙선운동이라는 태풍 속에서도 한나라당은 영남을 석권했으며 당시 민주당은 호남 전지역을 싹쓸이했다.
시민운동의 대의가 기존 지역정서를 뛰어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인 것이다.
지역 총선시민연대도 이부분에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
내주중 공식 기구로 출범할 총선대구시민연대는 아직 지역의 낙천, 낙선운동 대상을 구체화하지는 않았지만 지역주의 벽 때문에 낙선운동이 타격을 입지않을까 고민하고 있다.
총선시민연대가 지역주의 극복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올해 총선에서 특정정당이 지역을 독식하는 현상이 심화될 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
3김의 퇴조와 이회창의 몰락으로 지역정서를 결집한 정치적 요인이 사라진 상황이기 때문에 특정당 일색의 성향이 기승을 부릴 것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다.
특히 대구.경북 유권자를 상대로 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 '정당보다는 인물위주로 투표하겠다'는 응답자가 절반을 넘는 상황이기 때문에 희망을 갖게 한다.
더욱이 우리 국민 3명 중 2명은 후보선택시 시민단체 낙선운동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는 낙선운동의 영향력을 입증해주고 있다.
유권자들이 정치권의 일방적 선전보다 시민단체 정보공개에 더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정치권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특히 낙선운동에 온오프라인이 총동원 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정보접촉 빈도는 그만치 높을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의 중립성 유지와 편파성 극복이라는 문제만 해결될 경우 낙선운동 대상으로 지목된 정치인들의 운명은 장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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