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다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있을까. 꿈 많았던 학창 시절에 들었던 목소리가 아직 곁에 있다는 편안함. 대구 MBC FM '골든 디스크'를 진행하는 이대희(48)씨는 21년째 부드러운 목소리로 우리 곁을 찾고 있다.
이씨가 처음 방송을 시작한 건 지난 83년. 대구MBC FM 개국 당시 DJ 공채 1기로 입사했다.
DJ가 천직이라는 이씨는 요즘 후배들에게 "너 정년퇴직할 때 나는 방송국에서 환갑잔치 할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한단다.
대구예술대에 1주일에 한번씩 출강하며 대중예술 과목을 가르치는 이씨는 '문화의 연속성'에 주목한다고 했다.
젊은 세대들이 요즘 열광하는 음악이나 문화들이 결코 부모 세대의 그것과 단절되지 않았다는 것. 내면에 면면이 이어오던 문화적 성향이 새로운 시대에 맞춰 발현한다는 설명이다.
이씨는 1988년이 대중음악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과거 대중음악을 주도하던 다운타운 DJ들이 FM 방송국이 속속 개국하면서 쇠락하다 완전히 사라지게 된 것이 88년 즈음. 또 엽서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던 신청곡과 사연들이 이 해를 기점으로 팩시밀리로 대체됐다.
이후 94년에 이르러 라디오는 TV에 문화의 주도권을 넘겨주게 됐고 팩스도 PC 통신으로 대체되는 순간을 맞게 된다.
이씨는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앞 다퉈 라디오 진행을 맡는 현상을 우려했다.
초창기 DJ들은 프로그램의 진행뿐 아니라 원고 작성, 연출, 음향기기 조작까지 혼자 담당했고 음악적 소양까지 풍부했다는 것. "얼굴 예쁘고 말만 잘하면 DJ를 하는 세상이죠. DJ가 앵무새처럼 작가들이 주는 원고만 달달 외워서 진행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의 그가 달구벌 만평을 진행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실제 그는 84년 2월부터 4개월간 달구벌 만평을 맡았던 적이 있다.
"김경호씨가 20년을 했던 프로그램에 스물여덟살 먹은 제가 제대로 했을 리가 없죠. 엄청난 항의를 받았습니다.
진행자 보조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었으니까요" 이씨는 웃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이씨는 지역의 대중문화 종사자들이 외면받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지역은 대중문화가 꽃필 수 있는 토양 자체가 척박한 데다 이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울타리조차 없다.
그는 현재 '비쓸락'(비슬산의 쓸쓸한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문화 소모임을 주도하면서 매달 공연을 열고 있다
"문화 포럼처럼 거창한 계획은 아니더라도 작은 문화 소모임이 결성되고 지속적인 교류를 갖는다면 지역의 문화 토양도 훨씬 비옥해 질 것입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