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객원전문기자 서석주가 본 대구 시향

마음이 무겁다.

싫은 음식을 먹은 후에 오는 불편함 비슷한 것이다.

대구시향은 정기연주회의 정례화된 메뉴를 요즘 거의 지키지 않고 있다.

1월 신년음악회는 신년답지 않은 프로그램으로 짜였다.

2월 6일 정기연주회도 그랬다

교향곡은 없고 두 편의 협주곡으로 주된 프로그램을 엮었다

박탕 조르다니아 부임 후 대구시향의 가장 큰 변화는 독일 고전음악과 교향곡 연주가 현저히 줄어든 데 있다.

대신 러시아 관현악곡이나 생소한 짧은 관현악곡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

교향곡은 교향악단 연주의 기본메뉴이다.

독일고전이나 교향곡을 잘 하지 않는다 함은 그만큼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며 덜 학구적이라는 것이다.

아직은 더 크고 더 배워야 할 시향으로서 이것은 달갑지 않은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조르다니아가 대구시향에서 선택한 프로그램은 현란하다.

세계 초연, 한국.대구 초연도 많고 현대작곡가나 무명작곡가의 때로는 낯설고 기발한 짧은 관현악곡을 쏟아냈다.

지난 6일에도 세계 초연이라는 행진곡과 세드린의 '재미난 노래'라는 생소한 관현악곡을 선보였다.

이들 작품의 내용도 팸플릿에 언급이 없어 관객을 배려하지 않았다.

이런 류의 작품에서 단원들이 얻은 것, 관객이 느낀 것은 너무 적다는 것이 안타깝다.

조르다니아는 국제적으로 명성 높은 지휘자이다.

그의 실력을 인정한 KBS교향악단은 그를 8년간 수석객원지휘자로 모셨다.

그가 대구시향의 상임지휘자로 부임했을 때 시민들은 환영해 마지 않았다.

그의 관록은 시향 연주의 여러 대목에서 익히 감지돼 왔지만 국제적 명성은 시향의 명성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40년 가까이 대구시향 연주회의 객석을 지켜온 필자로서는 과거와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업그레이드된 시향의 사운드에 그가 뚜렷이 일조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

협연자 선정도 문제이다.

협연은 연주회의 꽃이며 레스토랑에서 그날의 특선, 이색 메뉴에 해당된다.

하지만 그가 선정한 특선은 대부분 특선이란 느낌을 가질 수 없다.

지난 연주회 때도 그랬다.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K.364'에선 생기발랄한 모차르트가 존재하지 않았다.

또 시벨리우스의 심오한 색채감은 학생 연주가에게서 기대할 수 없었다.

그 솔리스트에게는 무대가 좋은 연습의 기회가 됐겠지만 객석은 그렇지 못했다.

정기연주회는 수준급 협연자가 나와야 한다.

필자의 바람은 조르다니아가 자신의 명성에 걸맞은 진지한 연주로 대구시향의 명성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다.

그가 대구시향 연주사에 잊혀지지 않는 발자취를 남기는 지휘자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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