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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활용교육/생각해보기-진보.보수 진영간 갈등 그려

진보.보수진영간 갈등 그려

'람보'는 월남전의 상처를 액션물로 그려낸 작품이다.

미국식 액션에 미국식 영웅주의로 버무려진 영화. 실베스타 스탤론의 근육질이 전면에 배치되면서 '그렇고 그런' 액션물로 받아들여졌다.

2편 3편으로 넘어가면서 그 '증상'이 더욱 심각하다.

그러나 1편은 비록 액션으로 치장됐지만, 전쟁의 참상과 그 후유증이 은유적으로 잘 표현된 작품이다.

첫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

옛 전우를 찾은 람보는 그가 이미 죽었다는 것을 듣게 된다.

암이다.

그 원인이 고엽제. 아내는 이렇게 얘기한다.

"그가 죽을 때는 시트자락처럼 가벼워 내가 들 수 있을 정도였다". 월남전에서 혁혁한 공로를 세운 특수부대 그린베레. 갖가지 살인기술에 우람한 육체로 한때 베트콩의 가장 위협적인 '전사'(戰士)였다.

그러나 그 말로는 너무나 초라하다.

마치 덩치로 월남을 누르려고 했던 미국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아시아의 소국(小國)에서 훼손된 미국 제국주의의 자존심은 시트자락처럼 부질없고 나약한 것이다.

고엽제는 정글의 시야를 가리는 나뭇잎을 제거하기 위해 뿌린 일종의 제초제. 1964년부터 1970년까지 무려 7년간 베트남 전 국토면적의 18%에 달하는 지역에 1천200만 갤런의 고엽제를 살포했다.

저장용기의 색깔에 따라 6가지 종류로 나뉘었으나 가장 많이 살포된 것이 에이전트 오렌지. 기형아 출산, 생식기계 이상과 각종 암에 시달리는 원인이 됐다.

75년 월남에서 무참히 패배한 미국의 후유증은 고엽제 이상으로 심각했다.

미국의 권위는 추락했고, 미국민들의 상처도 깊었다.

그 자존심을 회복시킬 영웅을 기다리던 미국에게 '람보'는 좋은 처방전이었다.

80년대 레이건 정부는 강한 국가를 표방하면서 보수로 급선회했다.

베트남에서 입은 상처를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여전히 건재한 미국이었다.

화끈한 액션에 슈퍼맨같은 '람보'는 레이건 노선에 가장 잘 부합하는 캐릭터였다

'람보'는 사회로 환원되지 못한 한 병사의 이야기다.

그 병사는 국가를 위해 '전쟁병기'로 훈련받고 종전 후 현실로 돌아오지만 주변인으로서 고통을 겪는다.

영화에서 '람보'의 분노 대상은 보안관이다.

마을을 책임 진 그는 예측되는 범죄를 막기 위해 람보를 배척한다.

그리고 그를 짐승처럼 다룬다.

이제는 폐기처분되어야 할 전쟁의 흔적일 뿐이다.

보안관의 실체는 미국의 진보주의자들이다.

전쟁을 반대하고, 패전의 책임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미국의 적대주의자'. 람보가 한 겨울에 런닝셔츠 하나에 무기라고는 칼 하나로 그 많은 적들과 대치하는 현실을 통해 그들에게 더 이상의 적대를 중지하도록 권하고 있다.

'람보'는 데이비드 모렐의 원작을 영화화한 것이다.

문제제기가 다분히 피상적이고, 또 도식적인 해답을 산출한다.

액션영화로서의 한계다.

그러나 "나는 이야기를 할 친구가 필요하단 말이야"라는 '야생늑대' 람보의 울부짖음은 전쟁으로 고통받는 병사의 아픔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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