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풍운아' 댈리, PGA투어 9년만에 우승

'필드의 풍운아' 존 댈리(미국)가 9년만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 정상에 오르며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댈리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호야의 토리파인스골프장 남코스(파72.7천607야드)에서 끝난 PGA 투어 뷰익인비테이셔널(총상금 450만달러)에서 연장전 끝에 절묘한 벙커샷에 힘입어 정상에 올랐다.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3오버파 75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크리스 라일리, 루크 도널드(이상 미국)와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나선 댈리는 308야드 짜리 드라이브샷에 이어 263야드를 남기고 3번 우드로 친 두번째샷이 그린을 넘어가 벙커에 빠졌지만 핀 10㎝에 붙는 벙커샷으로 천금같은 버디를 뽑아내며 우승컵을 안았다.

지난 95년 브리티시오픈 제패 이후 9년 동안 PGA 투어 대회 우승컵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던 댈리는 이로써 PGA 투어 통산 5승째를 거두며 화려하게 재기했다.

데뷔 이래 PGA 투어 최장타자의 자리를 지켜온 명성과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로 인기를 끌었지만 알코올 중독과 잦은 이혼, 그리고 걸핏하면 클럽을 집어던지거나 경기를 도중에 포기하는 기행으로 '폐인' 취급을 받았던 댈리로서는 다시 '정상급 스타'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

브리티시오픈 이후 이번이 꼭 190번째 투어 대회 출전인 댈리는 우승상금 86만4천달러를 받아 단숨에 상금랭킹 5위에 올랐다. 우승이 확정된 뒤 눈물을 훔치던 댈리는 "정말 멋지다. 고비가 많았지만 우승은 신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9년이나 걸린 댈리의 우승은 쉽지만은 않았다.

3번홀(파3) 더블보기로 순식간에 2타를 잃은 댈리는 6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았지만 7번홀(파4)과 14번홀(파4) 보기 등으로 타수를 까먹었다.

댈리가 주춤거리는 사이 필 미켈슨(미국), 마루야마 시게키(일본), 토마스 비욘(덴마크), 더피 월도프, 도널드, 스티브 플레시(이상 미국), 그리고 라일리 등 무려 8명이 1타차로 추격했다.

2위 그룹 가운데 라일리와 도널드는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2홀 뒤에서 플레이를 펼치던 댈리와 공동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댈리는 전날 이글을 뽑아냈던 18번홀(파5)에서 챔피언 퍼트가 홀 10㎝ 앞에 멈춰서며 연장전에 끌려 들어갔지만 장타력과 승부처에서의 배짱에서 라일리와 도널드를 압도했다.

지난 2002년 데뷔 이후 첫 우승을 거둔 공통점을 지닌 라일리와 도널드는 생애 두번째 우승 기회를 잡았지만 약속이나 한 듯 1m 안팎의 버디 퍼트를 놓쳐 댈리에게 우승컵을 헌납했다.

특히 대회 장소인 토리파인스골프장 인근에서 태어나 자란 라일리는 고향 친구들 앞에서 보란듯이 우승하겠다는 욕심이 앞선 탓인지 퍼트가 홀을 돌아나오는 바람에 땅을 쳤다.

미켈슨, 마루야마, 비욘, 월도프, 플레시, 그리고 보 반 펠트(미국) 등 6명은 1타가 모자라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하고 공동4위를 차지했다.

대회 2연패를 노리던 타이거 우즈(미국)는 한때 댈리에 2타차까지 다가섰지만 막판 보기를 쏟아낸 끝에 3언더파 69타로 4라운드를 마치며 합계 8언더파 280타로 공동10위에 오르는데 만족해야 했다. 뷰익인비테이셜에 7번째 출전해 2차례 정상에 오른 우즈가 5위 밖으로 밀려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즈는 "댈리가 겪었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재기에 성공한 것을 축하해주고 싶다"고 애써 아쉬움을 감췄다.

전날 하위권으로 처졌던 최경주(34.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는 아이언샷이 되살아난데 힘입어 버디 4개,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로 선전, 합계 4언더파 284타로 공동25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다.

드라이브샷 비거리를 290야드로 줄인 대신 그린 적중률을 72%로 높였고 퍼트도 홀당 1.69개로 끌어내린 것이 순위 상승의 원동력이 됐다.

최경주로서는 2008년 US오픈이 개최될 예정인 토리파인스골프장 남코스에서 처음으로 언더파 스코어를 만들어내 자신감을 얻은 것도 커다란 수확. 최경주는 3만7천440달러의 상금을 보탰다.

이날 1오버파 73타를 친 나상욱(20.케빈 나.코오롱엘로드)은 합계 4오버파 292타로 공동72위에 그쳤다.

한편 첫날 단독선두에 나섰던 케빈 스태들러(미국)는 이날 77타로 부진, 합계 2오버파 290타로 공동59위까지 밀려났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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