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우승 특검보 일문일답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를 맡고 있는 이우승 특검보는 16일 오전 특검 기자실에

서 기자회견을 자청, "특검이 지난 13일 수사권을 박탈, 특검보직을 그만두기로 했

다"고 밝혔다.

이우승 특검보는 이날 "특검팀 파견검사 등 수사 관련자들은 수사를 교묘히 거

부하는 등 수사를 방해해 왔고 본인의 '폭력 행사'를 과장해 대검측과 특검에게 보

고해 수사권을 박탈당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이 특검보는 또 "설 연휴를 반납해 가며 성심성의껏 농협 불법대출 사건을 수사

하고자 했지만 단 한번의 실수를 기화로 중도하차하게 된 것을 국민 앞에 사죄드린

다"면서 "내 사임이 의혹 사건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 특검보와의 일문일답.

-- 기자회견을 자청하신 이유는.

▲특검보직 사임발표를 하고자 한다. 제가 사임을 결심하기까지 겪은 심적 고통

과 어려움 등 구차한 변명을 하지는 않겠다. 지난 1월6일 특검 수사가 개시된 이후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설 연휴도 반납하는 등 성심성의껏 수사에

임해 왔다.

-- 그럼에도 사임발표를 하게 된 배경은.

▲수사권을 박탈당한 상태에서 모양새만 갖추고 특검팀에 남아있는 것은 양심상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특검의 존재를 와해시키고 진실을 숨기는 것이다.

-- 구체적인 사임이유를 밝혀달라.

▲첫째는 파견검사 등 수사관련자들의 수사거부와 교묘한 수사방해로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관련수사 기록을 검토하고 나서 농

협 직원에 대한 수사계획서 등을 작성하도록 수사팀에 지시했으나 파견검사는 정작

'관련성 없다.지엽적인 문제다'라고 말해왔고 지난 9일에야 형식적인 수사기록을 제

시했다. 썬앤문 비리의혹 수사는 한 달이 넘도록 착수조차 못하고 있었던 셈이다.

-- 그런 갈등이 생긴 이유는.

▲'폭력수사' 시비가 있었다. 지난 2일 불법대출을 담당했던 농협 관계자를 소

환조사하던 중 소환자가 변명으로 일관, 흥분을 참지 못해 정강이를 두 번 찬 적이

있다. 파견검사는 이를 과장해 '특검보의 인권을 무시한 행동으로 더 이상 수사를

못하겠다'면서 대검에 복귀요청을 했다.

또 당시 농협 담당자들은 37회에 걸친 불법대출을 저지르면서도 업무착오라는

변명으로 일관했기 때문에 옆방의 수사관에게 독려차원에서 '뺨을 치더라도 수사를

해야지 반복된 진술만 듣고는 국민이 납득을 못한다'고 말했는데 수사관계자들은 이

를 내가 '폭력수사'를 지시했다고 말하고 나섰다.

-- 그런 내용이 특검에게 보고됐는가.

▲지난 9일 수사를 교묘히 방해하는 파견검사의 교체를 특검에게 요청했으나 받

아들여지지 않았고 오히려 이틀 뒤 이 검사가 '인권을 무시한 특검보의 폭력수사'를

문제삼으며 특검에게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

-- 두번째 이유라면.

▲김진흥 특검이 지난 13일 이 파견검사가 나와 더 이상 수사를 못하겠으며 '폭

력수사'를 폭로하겠다고 말하니 수사를 중단해달라고 종용을 했고 결국엔 내 수사권

을 박탈했기 때문이다.

-- 계속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지 않았나.

▲당시 특검에게 계획대로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보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

다.

-- 또다른 사유는.

▲수사권을 박탈당한 상태에서 모양새를 위해 계속 특검팀에 남아있는다면 특검

수사가 내 약점에 발목잡혀 제대로 된 수사를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 특검에게 사퇴의사를 밝혔나.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제가 어리석고 능력이 부족해 발생한 모든 사태에 대해서는 책임질 각오가 돼

있다. 그러나 파견검사가 특검의 수사상황을 대검에 보고한 점이나 특검보의 약점에

대한 증거확보에 주력한 점, 관련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점 등은 중립적인 수

사를 위해 그 진실을 밝혀야 하고 관련자의 책임규명이 따라야 할 것이다.

사유종시(事有終始)라는 말이 있다. 단 한번의 실수로 특검보의 임무를 완수 못

하고 떠나지만 내가 희생돼 특검수사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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