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FTA통과 항의' 농민 격렬 시위

국회가 16일 본회의를 열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통과시키

자 농민 3천여명은 비준 철회를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모이기 시작한 농민들은 오전까지 '한.칠레 FTA 비준 철

회' 등의 구호를 외치며 별 움직임없이 대치했으나 오후 3시20분께 비준안 통과 소

식이 전해지자 국회 진출을 시도하며 경찰과 충돌했다.

농민들은 '국회로 진출하자'는 구호를 외치고 인도 옆 3개 차로를 완전히 점거

한 채 빈 병과 깨진 보도 블록 등을 경찰에 던지고 소화기를 발사하며 몸싸움을 벌

였다.

경찰은 이어 여성 농민 10여명이 쌀가마니를 뒤집어 쓰고 국회 방면으로 행진하

자 물대포를 쏘며 이를 저지했다.

농민들은 또 분뇨와 젓갈을 담은 20여개의 병을 시위 관련 증거 확보에 나선 경

찰을 향해 뿌리는 한편 인근 지하철 909공구 공사 담장을 뜯어내며 경찰 병력과 심

하게 충돌해 이 과정에서 농민과 경찰 수십명이 부상했다.

농민들은 이어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와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등 정치인과 허

상만 농림부 장관 등의 이름이 적힌 허수아비를 불태우려 했으나 경찰에 의해 저지

당했다.

이날 시위에서 일부 농민들은 "경찰이 사과탄 2발을 발사해 매캐한 냄새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고 주장했으나 이에 대해 경찰은 "사과탄은 갖고 나가지도 않았다"며

극구 부인했다.

정기환 농민연대 집행위원장은 통과 소식이 전해진 후 "찬성 의원 현황을 파악

해 앞으로 총선 때 대대적 낙선운동을 벌이겠다"며 "구체적인 앞으로의 투쟁 계획은

농민연대 대표자 회의를 통해 정하겠다"고 말했다.

서정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장은 "정치인들이 자신의 입으로 FTA가 농

민을 말살시킨다고 말해놓고 결국 우리를 팔아먹었다"며 "정치인과 노무현 정권을

심판하자"고 비난했다.

앞서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대회사에서 "노 대통령과 국회는 조삼모

사식으로 농민을 우롱하지 말고 농가부채특별법 등 농어촌 복지 향상을 위한 특별법

부터 조속히 처리하라"며 "손바닥으로 해는 가릴 수 있겠지만 어떤 것이 진정한 국

익인지는 왜곡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결의문에서 "정부와 언론은 그동안 단 한번도 농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고 집단적 이기주의로 매도하며 희생만 요구했다"며 "농업의 붕괴가 너

무도 뻔한 한.칠레 FTA를 막기 위해 여의도에서 목숨을 걸고라도 싸우겠다"고 반발

했다.

지난 9일 농민집회에서 연행됐다 3일만에 풀려난 철원 농민연대 유영창(43)씨는

부인과 자녀 3명을 데리고 나와 국회 진출 차단을 위한 전경버스 앞에 서서 FTA비준

철회와 구속 농민 12명의 석방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날 농민들은 오후 5시 20분께 공식 행사를 마치고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정리

집회를 가졌다.

경찰은 이날 69개 중대 7천500여명의 병력을 동원, 농민들의 국회 진출을 막는

한편 집회장 일대 교통을 통제했다.(서울=연합뉴스)국회가 본회의를 열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에 대한 네번째 처리를 시도하기로한 16일 오전 여의도 국회앞의 농민시위에서 농민과 시민단체 인사들이 모여 FTA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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