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니어'도 경쟁력이다-(8.끝)자활훈련기관 활용

◇일할 수 있어 너무 좋아요

대구시 중구 대구시청 부근에 위치한 대구시니어클럽 공동작업장. 이곳엔 만65세 이상 고령자 10명이 문구류인 고무 지우개를 포장하는 일을 하며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이들이 일하는 시간은 하루평균 8시간 정도. 고령자라 오랜 작업에 고될 법도 하지만 힘든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이들의 바람은 소박하다.

일하고 싶다는 것. 월급이라해야 10만~15만원에 불과하지만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이곳의 막내인 손유원(66)씨는 매일 오전 9시면 어김없이 이곳으로 출근한다.

지난해 10월 처음 이 일을 시작했지만 이제 제법 '베테랑' 소릴 듣는다

하루에 포장하는 지우개가 1천개나 된다고 은근히 자랑도 한다.

처음엔 서툴러 하루종일 매달려도 고작 40~50개에 불과했다는 것.

대한통운, 농협 등에서 수십년간 화물차 운전사로 일했다는 손씨는 무엇보다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 같아 삶의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일을 시작하면서 담배 피는 양도 많이 줄였고 일하는 동안 잡념을 잊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손씨는 "나이많다고 가만히 있으니 더 늙는 것 같고 몸도 아프고 무기력해졌는데 이렇게 일을 다시 시작하니 하루하루 사는 게 즐겁다"며 "동료들과 함께 얘기도 나누고 음악도 들으면서 일을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했다.

또 "약값, 손주 용돈 등 잡비로 충분해 자녀들에게 떳떳하고 무엇보다 지금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고 덧붙였다.

◇지역사회 시니어클럽 역할 증대

고령자들의 노후 소득 및 건강 보장, 사회 참여를 위한 체계적인 일자리 확대가 시대적 과제로 대두되면서 지역사회 시니어클럽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역사회 시니어클럽은 65세 이상 노인과 50세 이상 조기퇴직자의 재취업 및 창업, 사회봉사 등을 돕는 자활후견기관으로 보건복지부가 지난 2001년 대구, 서울 종로 등 전국 5곳을 대상으로 시범 실시하면서 처음 문을 열었다.

이후 2002년 15곳이 증설돼 현재 전국에 20곳으로 늘어났고 올 3월 10개의 시니어클럽이 추가 지정될 예정이다.

또 향후 각 시.군.구마다 1개씩 확대 증설해 170곳의 시니어클럽을 만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시니어클럽의 사업은 크게 개인창업지원 및 소득창출사업, 사회적 일자리창출사업 등 세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이들은 주로 소규모 사업이나 공동 창업을 돕는 시장참여형과 전문인 양성을 위한 교육 등 사회참여형 등으로 나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참여형엔 농장 및 한과제조, 오징어가공, 도자기, 콩나물, 메주 생산 등 농어촌형과 택배, 청소경비용역, 간병인, 베이비시터, 재활용 장터 사업 등 도시형이 있다.

급식보조원, 가사도우미, 노인주유원 파견사업 등 인력파견과 숲생태 및 환경해설사, 문화유산 해설사 등 공익강사 사업도 주요 사업으로 갈수록 각광받고 있는 사업이다.

◇시니어클럽 지역별 특성 살려야

시니어클럽은 지역 사회에 맞는 고령자 일자리를 개발, 보급 및 관리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생겨난 만큼 각각의 지역 특성을 살려 사업을 선택하고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구시니어클럽의 역점사업은 간병사업단과 베이비시터 사업. 이들 사업은 주로 생계를 위한 개인 소득 중심의 사업으로 인기가 높다.

지난해 간병과 베이비시터 사업에 각각 47명, 15명이 참여해 월 60만원 이상의 소득을 얻기도 했다.

이에 올해 각 20명씩 정원을 늘리는 등 사업을 확대했다

최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숲생태해설사업단과 문화유산해설사업도 각광받고 있는 사업 중 하나다.

올해는 정원을 지난해보다 배 이상 늘렸다.

이는 고령자들이 소득 창출과 자원봉사의 효과를 함께 얻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주로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문화, 환경 등의 체험 교육을 한다.

올해는 한자강사파견사업단도 신설했다.

300여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는 경산시니어클럽은 콩을 직접 재배해 메주를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구햇빛클럽은 떡방앗간 사업을 특화시키고 있고, 전남 곡성은 도자기 화분공장 제조 판매 사업이 강세다.

광주는 제과점을 운영, 일반 판매없이 전량을 어린이집에 간식으로 납품하고 광주 한울은 밑반찬, 도시락 판매 사업이 활발하다.

구미는 중고컴퓨터를 모아 수리해 판매하는 사업을 특성화했다.

동해는 오징어임가공 공동작업장을 만들어 오징어 가공 판매, 부산 범어사는 신문배달, 서울 종로는 지하철택배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충주시니어클럽의 주력사업은 유기농산물 재배 사업으로 교외에 마련된 2천200평의 농장에서 청정 쌈 채소 농사를 지어 지역 마트에 판매한다.

춘천은 대형콩나물공장을 만들어 콩나물을 생산, 판매하고 콩나물 국밥식당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춘천과 부천의 경우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노인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춘천시의 경우 콩나물공장을 만드는데 시가 직접 7천만원의 시설비를 지원했고 부천시는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난해 'VIVA 6070 환경사업단'을 만들어 3월부터 2억원 상당의 거리 청소 등 청소 용역 사업을 노인 80명에게 제공했다.

올해는 3억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고령자 일자리 얼마나 만들어지나

정부는 올해 고령자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과 고령자의 긍정적 사회 참여 및 삶의 질 향상, 고령자도 할 수 있다는 사회분위기 확산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고령자 일자리의 조직.체계화 및 정책 개발을 위한 노인인력전담기구를 설치하고 우선 올해 251억원을 투입, 지역 시니어클럽과 적극 연계해 노인일자리 2만개를 창출키로 했다.

이후 2005년 8만, 2006년 10만, 오는 2007년엔 30만개로 노인 일자리를 확대하고 공공부문의 사회적 일자리 확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나 민간에로의 사업 위탁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효율적인 노인인력활용을 위해 노인인력운영센터의 조직을 확대하고 정책기능을 강화하며 노인일자리센터, 노인종합복지관 확대 설치 및 전문성 제고 등 인프라 구축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와 유기적 연계망을 구축하고 노인인력 정보체계 기반 구축을 위한 업무표준화 작업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대구시니어클럽 류우하 관장은 "고령자들의 사회적 일자리 마련을 위한 의지만 있으면 별도 예산없이 기존 예산으로도 얼마든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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