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정열의 성의보감-전립선 비대증

요즘 인기몰이를 하는 드라마나 한국영화의 공통점 중 한가지는 주연배우 이상으로 제 몫을 단단히 하는 조연들이 꼭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극의 재미를 위해 없어서는 안될 감초 역할을 해내면서 흥행의 성패를 가르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남성에 있어서 전립선은 바로 그런 '빛나는 조연'에 해당되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음경과 고환을 각각 주연배우와 제작자에 비유한다면 전립선은 그 모든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는데 필수불가결한 매니저라고나 할까.

전립선은 방광 바로 아래에서 소변통로인 요도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는데 나이가 들면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이것이 비대해져서 요도를 압박하게 된다.

수도 꼭지에 연결된 고무호스 위에 무거운 물건이 떨어진 상황을 연상해보라.

전립선이 비대해져서 요도를 누르면 소변은 나오지 않으면서 소변이 고여있는 위쪽의 방광은 과도한 압박을 받아 고통을 겪게 된다.

억지로 소변을 참아야만 하는 상황도 괴로울진데 아무리 애를 써도 나오지 못하는 고통이 오죽하겠는가.

전립선 비대는 대개 40대 이후부터 발생해 60대 이상 연령층은 거의 절반 이상이 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성호르몬의 불균형과 성장인자의 작용 등 복합적 요인이 원인이 되고, 분명한 것은 노화현상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개인 차이도 크다.

원래의 전립선 크기가 서로 다른 것처럼 절대적인 사이즈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젊었을 때 크기보다 상대적으로 얼마나 비대해졌는가에 따라 다르다.

또 전립선 조직이 요도바깥보다 안쪽으로 커진 경우엔 증상이 더 심할 수 있다.

게다가 비대해진 전립선 조직이 주위의 성신경에도 손상을 주어 성기능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나아가 심리적인 요인까지 더해져 성생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어린 아이처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소변 문제로 신경을 곤두세워야하고 그나마 가늘어진 줄기 끝에 떨어지는 소변 때문에 위생상의 문제까지 생기니, 배우자 보기에도 부끄럽고, 환자의 심리적.육체적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과거에는 수술적 치료로 커진 조직을 떼어내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약물로 비대해진 조직의 크기를 줄이고 요도는 이완시키는 등의 비침습적인 치료법이 대다수이다.

급격한 온도변화에 노출되거나 배뇨에 영향을 주는 성분이 포함된 약, 카페인, 감기약 등을 무심코 복용하거나 몇 잔의 술 때문에 전립선을 놀라게 하면 몸의 주인은 하늘이 노래질만큼 놀래야 할 지도 모를 일이다.

탑연합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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