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이라니.
적(敵)과 잠자리를 같이 한다면 얼마나 불안하고 위협적일까. 이 영화는 의처증 환자인 남편과 희생자인 부인간의 비극적인 결혼 생활을 소재로 한다.
여기서 적이란 바로 남편을 지칭한다.
로라는 건장한 남편과 단둘이 한적한 바닷가의 호화로운 저택에서 살고 있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나, 그녀는 매우 불행하게 살고 있다.
남편의 기호대로 식사 준비를 하고, 엄격한 남편의 규칙에 따라 정리정돈 해야하는 것이 그녀 삶의 전부다.
그녀의 자율성은 조금도 허용되지 않는다.
모두 남편의 지독한 강박증과 의처증 때문이다.
이웃 남자가 남편에게 로라의 아름다움을 칭찬한 것도 의심의 단서가 된다.
아내가 그 남자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남편은 항상 자기 생각이 옳다고 확신한다.
남편은 질투심을 못 이겨 아내를 막무가내로 구타한다.
그 후 선물 공세를 하며, 성 관계를 하고 나면 아내의 기분이 금세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내를 향한 참된 사랑을 하고 있다고 자신의 질투를 합리화한다.
지옥같은 생활을 하던 부인은 죽음을 무릅쓴 탈출을 시도한다.
한적한 시골에 은신처를 마련한다.
로라는 남편의 학대와 위협의 공포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공포감, 불면증, 상처의 반복적인 재경험 현상을 보인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다.
사람에 의한 폭력이 가장 심한 정신적 상처를 남긴다
남편은 탈출한 아내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사소한 단서라도 찾기 위해 살기가 도는 추적을 시작한다.
아내의 유일한 혈육인 장모를 찾아가 계략을 꾸민다.
언젠가는 아내가 요양소에 있는 어머니에게 나타날 것이라는 계산으로 말이다.
고액의 사례를 하며 사설 탐정도 고용한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잔인함을 보인다.
로라는 새로운 곳에서 다정한 남자를 만나고, 그의 도움으로 모처럼 자유와 사랑을 누린다.
그러나 잠시의 평화가 있었을 뿐이다.
끈질긴 남편의 추적으로 결국 로라의 은신처가 발각되고 만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한 아내의 불륜'을 목격한 남편은 이성을 잃고 만다.
목숨을 위협하는 남편의 폭력으로 공포감에 휩싸인 로라는 남편에게 총을 겨눈다.
남편이 로라의 총에 맞아 죽음으로써, 피를 말리는 의처증은 종결된다.
정신의학적 용어로 의처증은 망상장애, 질투형이다.
일명 '오델로 증후군(Othello syndrome)'이라고 하는데, 셰익스피어의 비극 중 하나인 '오델로'에서 유래된다.
베니스의 장군인 오델로는 열등감에서 유발된 병적 질투에 휩싸여, 결국 아내를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이야기다.
질투나 선망의 감정은 시대나 지위를 막론하고 사람들의 아주 통속적인 주제인 것 같다.
질투(jealousy)가 가진 것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오는 감정이라면, 선망(envy)은 자기가 가지고 싶어하나 가질 수 없었던 것을 갖고 있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감정이다.
나도 가끔 질투심에 휩싸인다.
사랑하는 사람 주위를 경계하기도 한다.
의처증이나 단순한 질투심 모두 사랑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유발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아니라는 증거를 제시하면 단순한 질투심은 의심이 이내 사라지나, 의처증은 부정의 또 다른 증거를 찾기 위해 추적을 계속한다는 큰 차이점이 있다.
이 영화는 아주 전형적인 의처증의 현상과 경과를 보여주고 있다.
대개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기 때문에 성공적인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질투 망상의 희생자인 배우자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나서, 치료적인 접근이 반드시 필요한 주요 정신질환이다.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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