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명이인 음악인 2쌍 '정말 신경 쓰이네'

대구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성악가 이영기(李永起.47)씨는 최근 이름을 이영재(李永宰)로 개명했다.

이씨가 50년 가까이 사용해 오던 이름을 바꿀 결심을 하게 된 것은 동명의 성악가가 대구에 또 있기 때문이다.

로열오페라단 고문인 이영기(李永基.50)씨다.

두 이영기는 나이가 세 살 차이나고 한자 이름만 다를 뿐 공통점이 너무나 많다.

같은 학교(계명대 성악과) 교수로 몸담고 있는데다 둘 다 바리톤이다.

같은 학교(계명대 성악과) 출신이며 같은 교수(바리톤 김원경) 밑에서 수학했고 뉴욕에서 공부한 뒤 귀국해 대구에서 활동중이라는 점도 같다.

이 때문에 지역 음악계에서는 둘을 '큰 이영기' '작은 이영기'로 구분해왔다.

이름이 같다보니 서로에게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우편물이 잘못 배달되거나 구내 전화가 잘못 연결되는 것은 기본이고, 학교 전산망 강의표에 같은 이름이 등재되다 보니 학생들이 잘못 수강 신청을 했다가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고민 끝에 '작은 이영기'가 '양보'를 했다.<

이영기씨는 지난해 11월 대구지법에 개명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본적지인 대전지법에 개명 신청을 내 허가를 받았다.

아동이 아닌 성인에 대해 사법부가 이름을 바꿔주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지만 이씨의 경우 이름이 같아 불편이 너무 크다는 점을 법원이 인정해 준 것.

이영재씨는 "음악인 및 교수로서 대구에서 활동하는데 정체성이 혼돈되니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았다"며 "고심 끝에 이름을 바꾸니까 마음이 홀가분하다.

새 이름으로 더욱 활발한 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의 음악계에는 동명이인이 더 있다.

대구시립소년소녀합창단 상임지휘자 이재준(46)씨와 필그림미션콰이어 음악감독 이재준(40)씨다.

이들 둘은 합창단 지휘를 맡고 있는데다 한자 이름(李在俊)까지 같아 잦은 혼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재준 대구시립소년소녀합창단 상임지휘자는 "대구에서 활동을 한지 꽤 오래됐는데 아직까지도 음악회 때 화환이 잘못 전달되거나 전화가 잘못 걸려 오는 일이 적지 않다"며 "두 이재준이 함께 무대에 서는 음악회를 만들어 이 사실을 알렸으면 할 정도"라고 말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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