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설>사교육, 학교.교육방송.인터넷 흡수

교육인적자원부가 17일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대책은 학교 밖에서 광범위하게 이

뤄지는 각종 사교육을 학교 안이나 교육방송.인터넷으로 끌어들여 '싼 값'에 제공,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교육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교육에 억눌려 파행적으로 운영

되는 초.중.고교 교육과, 특히 대학입시에 예속된 고교교육이 아예 사교육을 흡수해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길 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대책은 대입제도 개선, 우수교원 확보, 방과후 교육 활성화, 고교평준화

제도 보완, 학벌주의 타파 등 그동안 단편적으로 나왔던 대책을 총망라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경천동지할' 내용은 없고 보충학습 허용, 학력경시.경연대회 폐지

등 심지어 일부 항목은 예전으로 되돌아간 느낌도 주지만 모든 대책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어 교사.학생.학부모의 적극적인 참여 아래 제대로만 시행된다면 사교육비

를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하는데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번 대책으로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되는 교사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학부

모의 '관제(官製) 사교육'에 대한 신뢰, 대입전형의 중심이 될 내신성적의 객관적이

고 공평한 산출, 학교의 학원화라는 비판 해소 등 풀어야 할 과제도 한두가지가 아

니다.

◆ 공교육이 사교육을 흡수한다 =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거의 모든 종류의 과외

를 학교나 TV, 인터넷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게 교육부 복안이다.

수능성적을 높이기 위한 국.영.수.사.과 위주의 교과목에 대한 과외는 물론 예.

체능 중심의 특기적성교육, 심지어 맞벌이 부부가 탁아 목적까지 겸해 자녀를 학원

에 맡기는 수요까지 포괄하고 있다.

수능과외를 대체하기 위해 'e-학습(e-learning)' 체제를 구축, 교육방송(EBS)을

수능방송으로 특화, 수능시험과 연계하고 다양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학생 수준에

맞는 교수.학습 콘텐츠를 제공하며 학교에서의 수준별 보충학습을 허용하겠다는 것.

또 저소득층 맞벌이 부부의 탁아 수요에 맞추기 위해 초등학교 1~2학년 등을 대

상으로 보호와 교육을 겸한 '방과후 교실'도 운영하기로 했다.

예.체능 및 영어 과외 수요를 공교육으로 흡수하기 위해 대부분의 학교가 실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침체되고 있는 특기.적성교육을 다시 활성화하고 영어

캠프도 대대적으로 열 예정이다.

이같은 방안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학교교육 및 교사에 대한 신뢰

와 수업.평가방법의 개선, 수준별 교육 및 학교선택권 확대 등 평준화제도 보완, 학

벌주의 극복 등은 총체적으로 전제돼야 할 필수조건.

이에 대해 교육부는 교사 다면평가제와 교장평가제를 도입, 교사의 수업과 학생

지도에 대한 열의를 높이는 동시에 교사 정원을 확대해 수업 시수를 줄여주고 외부

강사와 사대.교대생 및 교직과정 이수자를 방과후 보충학습에 적극 활용, 부담을 분

산하기로 했다.

또 고교평준화와 획일적인 수업에 대한 불만을 줄이기 위해 영어.수학교과에 대

해서는 학생별 학력수준에 맞는 수준별 수업을 중학교 1학년부터 고교 1학년까지 확

대하고 국어.사회.과학교과는 학급내 수준별 분단학습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고교평준화 폐지 등의 목소리로 표출되는 학생.학부모에 대한 학교선택

권 부여 요구는 학교군별 선지원-후추첨 배정제 확대, 실업고의 특성화고 전환과 자

율학교 확대 등으로 보완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생각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사교육을 유발하는 특목고에 대해서는 설립목적에 부합하지 않

는 과정의 개설, 예컨대 외국어고가 자연계열 집중이수과정을 설치하는 등의 행위가

금지되고 계속 파행 운영될 경우 지정이 취소된다.

◆ '관제 사교육'.학생부 등 학교에 대한 신뢰가 관건 = 문제는 학원 등에서 이

뤄지는 '사제(私製) 사교육'에 익숙해 있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학교나 TV, 인터넷에

서 이뤄지는 '관제 사교육'의 테두리에 들어오겠느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만한 질과 수준이 확보돼야 하는데 교사가 이를 맡으면 부담

이 늘어나 반발할 가능성이 있고 외부강사와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대학생이 맡으면

학부모.학생 신뢰가 떨어질 공산이 크다.

수능시험을 EBS 수능방송에서 일정 부분 출제할 경우 시청률은 올라가겠지만 학

원중독형 학부모나 학생의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수준높은(?)' 학습에 대한 갈증

을 풀어줄 수 있을 지는 미지수.

교육부가 내신 위주의 대입제도 정착을 위해 8월말까지 학생부 자료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대학이 손쉽게 쓸 수 있는 수능을 버리

고, 또 획기적 대책으로 성적 부풀리기가 사라진다 해도 학교별 학력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학생부 위주로만 신입생을 선발할 지 의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교육부는 그동안에도 내신성적 비중 확대를 권고했지만 학생부 실질반영률

은 2002학년도 9.69%, 2003학년도 8.85%, 2004학년도 8.21% 등으로 오히려 줄었다.

사이버 가정학습 지원체제 구축 및 사이버학급 운영, 방과후 보충학습 및 특기.

적성교육과 저소득층 지원,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 방과후 교실 운영, 수준별 이동수

업, 교사 수업시수 및 학급당 학생수 감축 등 사교육을 흡수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

축하는데 드는 막대한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것도 교육부의 숙제다.

교사 평가에 학부모를 참여시키면 교사들이 반발할 것도 불 보듯 뻔하다.

교육부가 내놓은 이런 각종 대책이 원활하게 작동돼 우리 교육을 지배하는 사교

육이 위축되고 공교육이 제자리를 찾을 지에 학부모나 학생, 교사 뿐 아니라 온국민

의 관심이 쏠려 있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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