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이 어제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148개 회원국 가운데 147번째 FTA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농민들의 거센 저항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첫 FTA가 비준된 것은 국익 차원에서 세계적인 흐름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농민들의 거센 항의를 불러온 이유는 한-칠레 FTA가 한국의 농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칠레는 남북길이가 4천270km나 되는 국토가 가장 긴 나라로 유명하다.
면적은 한반도의 약 3.5배, 인구는 1천500만명이다.
1520년 마젤란이 발을 딛기 전까지 북부 칠레는 인디언의 나라, 잉카 제국의 영토였었다.
1540년 스페인(에스파냐)의 침략으로 이후 270여 년 동안 스페인의 식민지가 됐고 1818년 스페인 통치에서 벗어나 독립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칠레에서 태어난 스페인인 2세들이 독립운동을 주도했다.
▲독립 이후에도 오랫동안 정치 사회적 혼란을 겪었다.
공산당의 비델라 정권, 사회당의 아옌데 정권 등 잇단 독재와 혼란의 연속이었다.
1973년 9월엔 군부 쿠데타로 아옌데 대통령이 피살되고 피노체트 군사독재정부가 들어서 88년까지 장기간 폭압정치가 자행됐다.
피노체트 이후 칠레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채택, 중남미에서 자유주의 경제 발전의 모델이 되고 타고난 자연환경과 자원 덕분에 점차 안정을 회복하고 있다.
▲페루와 국경을 접한 북부는 아열대성 기후의 사막지대, 울창한 삼림으로 뒤덮인 남부는 남극을 마주보고 화산지대 빙하지대 등이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수도 산티아고를 포함한 중부지역은 안데스 산맥의 눈 녹은 물이 풍부하게 흐르는 강과 계곡 유역으로 농업과 목축이 발달해 있다.
특히 사계절이 뚜렷하고 여름 기온이 10~30℃에 이르는 큰 일교차를 보여 과실재배가 왕성하다.
또 와인이 뛰어난 맛과 향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1850년대 프랑스 포도원이 병충해로 인해 거의 황폐화되어 일자리를 잃은 프랑스 와인 생산업자들이 칠레로 이주해왔고 이들이 와인생산에 나섬으로써 칠레 와인이 세계화됐다고 한다.
▲그때부터 칠레는 '남아메리카의 보르도'라는 명칭을 얻었고 현재 세계 3위의 와인생산 국가로 성장했다.
우리 농민들이 두려워 하는 것이 이런 좋은 자연환경에서 값싸게 생산해내는 포도를 비롯한 과일과 그 가공품들이다.
FTA가 발효됨으로써 우리의 공산품 시장이 확대되는 만큼 거기서 얻는 몫 이상을 농촌살리기에 투자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암울한 과거사를 가진 두나라가 공동 번영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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