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맛짱주부 이영미의 요리 세상-콩나물 김치죽

욕심내어 서른포기나 담근 김장 덕분에 우리 집은 '김치 부자'다.

넉넉한 김치통을 바라보며 '김치보쌈전골'로 입맛을 돋우어 볼까 했는데 낮잠을 자는 사이 남편에 의해 저녁 메뉴가 바뀌어 버렸다.

'콩나물김치죽'. 대대적인 주방 정리(?)를 위한 메뉴다.

찬밥, 설때 시댁에서 얻어 와 냉동실 한쪽을 차지하고 있던 떡국, 네 식구 한 끼 먹기에는 모자라게 남아있는 국수, 김치 냉장고를 나온 지 며칠 지나 시어버린 김치를 몽땅 처리할 수 있다.

"비린내 나지 않게 뚜껑 열지 마".

"알아서 할 테니 나가 있어요".

"믿을 수가 없는데…. 파는 굵으니까 일단 길게 반으로 자른 뒤 썰어. 너무 잘게 썰지 말고. 3㎝ 정도가 적당하겠네".

주부 경력 16년차에 요리라면 나름대로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 나이지만 남편은 못내 미덥지 않은 모양이었다.

남편의 표현을 빌리자면 너무나 '촌스러운' 음식이다 보니 '촌사람'인 자신이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골판지로 엄마에게 냄비받침을 만들어 주겠다며 아빠의 도움을 청하는 아이때문에 어설퍼 보이는 도시스러운(?) 마누라가 있는 주방과 거실을 오가며 혼자 부산을 떨었다.

"떡국을 제일 먼저 넣어야 한다.

그 다음에 국수. 밥을 제일 나중에 넣어".

뜨끈뜨근한 냄비째 식탁에 올려 두고 덜어 먹는 것이 훨씬 맛을 더하는 콩나물김치죽. 젓가락에 쿡 찍어 베물어 먹으면 제맛인 주먹만한 무김치와 함께 먹으니 그 맛이 참으로 일품이었다.

"이거 먹고 감기 몸살을 툭 털고 일어날 것 같아. 여기 봐. 땀이 줄줄 흐르는 거 보이지?"

남편의 500원(콩나물 값)으로 준비한 저녁 밥상. 땀을 뻘뻘 흘리며 마누라의 감기에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말에 의기양양해진 남편.

"청량 고추를 썰어 넣어 끓였으면 약효 직방인데! 아님 고춧가루를 두어 숟가락 풀든지…".

마흔을 넘긴 우리 부부가 옛 맛에 빠져 있는 것과는 달리 두 아이는 그리 입에 맞지 않는 모양이었다.

"콩나물, 파 다 싫어요. 국수만 골라 주세요"하는 작은 아이를 향해 날리는 386세대의 멘트.

"옛날에 태어났어 봐. 이것도 없어서 못 먹었어. 너같이 이것저것 골라내며 투정하다가는 굶어 죽기 딱 맞아".

콩나물에는 비타민 C 등 여러 물질이 들어 있고 파의 흰 뿌리에는 열을 내리게 하고 가래를 삭히는 물질이 들어 있단다.

그래서 이 죽을 자주 먹으면 감기를 예방하고 이미 든 감기의 증세-발열과 오한, 몸살, 코막힘, 콧물, 재채기 등-를 완화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칼럼니스트.경상여중 교사

rhea84@hanmail.net

◇재료=찬밥, 국수, 신 김치, 콩나물, 떡국, 파, 소금 약간, 육수

◇만들기=①멸치를 볶은 후 물을 부어 살짝 끓기 시작할 때 다시마를 넣어 육수를 만든다.

②전골 냄비에 콩나물을 넣고 육수를 부어 비린내가 나지 않도록 뚜껑을 닫고 끓인다.

③끓기 시작하면 잘게 썬 김치, 물에 불린 떡국, 삶지 않은 국수, 찬밥의 순서로 넣고 끓인다.

④파를 넣은 후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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