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등' '패왕별희' 등 중국영화들은 오리엔탈리즘의 강화에 일조한 반면 최근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영화는 외국인들에게 특별히 한국적인 의미를 갖는 것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영화연구분야 부교수인 크리스 베리씨는 '오늘날의 한국영화-세계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이란 글에서 한국영화는 한국적인 것인 동시에 세계적인 것이 될 수도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증거물'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중국의 영화 열풍이 외국의 자본과 시장에 의한 것이었다면 한국의 영화 열풍은 한국 내에서 싹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영화가 중국적인 것을 판매했다면 한국영화는 '춘향뎐' '취화선'과 같은 전통적인 한국문화를 담은 영화는 물론 로맨스('접속' '엽기적인 그녀'), 코미디('조폭 마누라'), 활극('무사'), 갱 영화('친구') 등 다양하다"며 "다(多)기능성을 확보한 한국영화는 세계 관객들에게 대단한 호소력을 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계간 '문학수첩' 2004년 봄호가 '외국인의 시각에서 본 한국의 문학과 문화' 특집을 마련,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아닌 외국인들의 눈을 통해 한국문화를 조망해 주목을 끌고 있다.
크리스 베리씨를 비롯해 한국을 잘 알거나 한국을 체험한 10명의 외국인들은 우리 문학과 문화가 갖고 있는 장.단점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중국인 리다크(산동사범대 중국언어문학과 부교수. 서울대 비교문학전공 박사과정)씨는 '중국 속으로 스며드는 한국문화'란 글에서 중국내 한류(韓流)열풍을 일시적인 문화현상으로 진단했다.
그는 "단순히 영화, TV 연속극, 음악 등 대중문화의 일부분을 소개하는 말 그대로의 열풍이 아닌 총서, 본격문학 등 다양하면서도 심도있는 한국문화의 콘텐츠를 중국 대륙에 소개하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인 벵자멩 주아노(파리 고등 사회과학연구원 박사학위 논문 준비중. 한국에서 프랑스 요리전문점 경영)씨는 우리나라 관광지 안내판마다 적힌 '최상, 최고, 최대의 ~'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한국인의 경박함을 꼬집었다.
"세계에 맞서는 한국이 아니라 한국 고유의 특성 그 자체를 갖고 세계에 기여하는 한국이 돼야 합니다".
멕시코인 끌라우디아 마시아스(서울대 교환 교수)씨는 '한국:아름다운 패러독스'를 통해 한국사회가 첨단의 과학기술이 만들어낸 세상과 전통이 아주 조화스럽게 유지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한국이라는 현대사회를 놀랍고도 아름다운 패러독스(역설)라 명명했다.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소설가, 화가인 미하일 박씨는 한국문학의 가벼운 독서경향과 통속화를 날카롭게 꼬집었다.
"한국 방문 도중 소설가나 시인의 기념비가 부족한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는 그는 "너무 쉽게 등단하고 개인 돈을 들여 작품집까지 내는 것은 한국문단의 병폐"라고 지적했다.
터키인 훼라 아크프나르(서울대 박사과정 수료)씨는 한국문학만이 갖는 독특함, 즉 한국전쟁와 통일에 대한 여러 주제, 그간 한국사회가 겪은 현대사 등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외국에 많이 소개할 것을 주문했다.
페루인 프란시스꼬 까란사(한국외대 서반아어과 교수)씨는 한국에서는 번역을 단순한 기술로 여겨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번역할 수 있다는 가벼운 생각을 갖고 있지 않나 우려된다면서 번역 작품 선정에서 역자에 이르기까지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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