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열람실이 가장 한산해야 할 때인데도 자리 구하기가 힘듭니다.
작년보다 더 해요. 취직이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겠죠".
일요일인 22일 오후 4시 대구시 중구 공평동 중앙도서관.
졸업 시즌이 끝났고 신학기가 일주일이나 남았지만 도서관내 열람실은 시험 기간을 방불케 했다.
◈가장 한산할 시기 '꽉꽉'
조심스런 발소리와 책장 넘기는 소리, 조그만 소음에도 자리에 앉은 이들은 신경질적인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도서관 직원인 김상도씨는 "도서관 문을 여는 오전 7시부터 문닫는 밤 10시까지 꼬박 자리를 지키는 이들도 상당수"라고 했다.
1천200석인 열람석의 대부분은 '행정법', '공무원 국어', '시사상식' 등 비슷비슷한 부류의 책을 펴 놓은 취업 준비생들로 채워져 있었다.
휴게실에서 만난 이모(29)씨는 "지난주 졸업했는데 취업을 하지 못해 마음이 심란하다"면서 "대학 도서관에 가면 아는 후배들이 자꾸 인사해 지난달부터는 집에서 가까운 중앙도서관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동기 40여명 중 3명 취업"
취업 재수생에 올해 합류한 박모(28.대구 수성구 시지동)씨도 "취업 시즌이 있기나 했는지 모르겠다"며 "지난주에 같이 졸업한 과 동기 40여명 중 취업한 동기는 고작 3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를 반영하듯 대구.경북의 청년 실업률은 최악의 상황을 기록하고 있다.
취업철인 지난해 4/4분기 대구의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P 상승한 11.1%로 서울(9.4%), 광주(9.0%), 부산(8.4%), 울산(8.0%), 인천(7.4%), 대전(6.3%) 등 대도시들 중에서 가장 높았다.
비슷한 시각, 경북대와 계명대 등 대학 도서관들도 취업 재수생들의 열기로 넘쳐나기는 마찬가지.
취업 재수생에서 삼수생으로 들어섰다는 이모(29.수성구 신매동)씨도 "대구에서 마땅히 취직할 곳이 어디 있느냐"며 "기업체 취직은 아예 포기하고 정부에서 채용 확대를 약속한 공무원 시험에 모든 걸 걸고 공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도서관을 찾은 이들은 한달 뒤면 도서관 분위기가 사뭇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채용확대 공무원에 '올인'
지난해 지역의 모 법대를 졸업했다는 최모(28)씨는 "오늘부터 사법시험과 행시, 공인 회계사 시험이 잇따라 치러진다"며 "결과 발표가 나면 대학 도서관과 주변 고시원은 또 한차례 절망에 찬 목소리로 넘쳐 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역 취업 준비생들의 형편이 쉽게 나아질 전망은 없다.
대구종합고용안정센터가 대구.경북지역 상시근로자 100인이상 사업장 264개 업체를 대상으로 고용전망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절반가량인 49.2%가 올 상반기 내 인력 채용 계획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 22일. 신학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학가의 봄은 여전히 멀어 보였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사진:대구 대명동 계명대 캠퍼스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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