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치인 동아줄은 '지지율'

정당지지도가 당과 당대표의 운명까지 좌지우지

정당지지도가 당과 당 대표의 운명을 결정하나. 각 언론사와 여론조사전문기관이 정당지지도 등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면 정치권의 반응은 한결같다. 지지도가 높을 때는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하다가 지지도가 떨어지면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며 애써 무덤덤해 한다.

하지만 최근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겪고 있는 내홍을 보면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진 것 같다. 정당지지도가 당과 당 대표의 운명까지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이 지난 1월 11일 정동영(鄭東泳) 의장 체제가 들어서자마자 정당지지도 1위 자리를 내준 뒤 역전하지 못하자 당명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두 차례에 걸친 대선 패배를 당명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도 있다고 한다.

3위로 추락해 '호남 자민련' 위기감에 젖어 있는 민주당에서도 느닷없이 당명 변경 얘기가 나오고 있다.

김영환(金榮煥) 상임중앙위원이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도 임시전당대회를 열어 당명을 새천년민주당에서 민주당으로 바꾸는 방안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천 뒤 백의종군을 선언한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의 결단도 정당지지도와 전혀 무관치는 않다는 전언이다.

최 대표는 퇴진을 요구하는 세력을 향해 칼을 빼드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열린우리당에 줄곧 밀리는 정당지지도 탓에 백의종군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

민주당에서 한나라당 온건.보수 세력과의 통합 논의가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는 것도 정당지지도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정당지지도가 열린우리당-한나라당-민주당으로 고착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마당이라 한나라당과 공조하지 않으면 수도권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에 이길 수 없다는 분석을 깔고 전략적 통합을 얘기하고 있다.

정당지지도가 한나라당-민주당-열린우리당 순이었을 때 민주당과 통합 얘기는 주로 열린우리당에서 나왔다.

한나라당과 수도권에서 승부하려면 민주당과 공조해 연합공천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강했다.

하지만 우리당에서 이젠 민주당과 통합 얘기를 하는 이는 없다

4.15 총선까지 정당지지도의 등락에 따라 각 정당이 이합집산에 대해 어떻게 입장이 변해갈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사진 : 최병렬 한나라당대표가 23일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이강두 정책위의장과 총선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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