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왕따 동영상' 물의 중학교 교장 자살

같은 반 학생들간 교실 내 왕따 장면이 촬영돼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파문을 일으킨 경남 창원시 모 중학교의 교장 윤모(60)씨가 22일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윤 교장은 이날 오후 7시20분쯤 창원시 명서동 자택 거실에서 흉기로 가슴을 찔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출혈이 심해 숨졌다. 유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나 방에서 찾은 A4용지에 "해명...정면돌파...사령장" 등의 내용과 괴로운 심경을 나타내는 글이 적혀 있는 것으로 미뤄 왕따 동영상 사건 수습 문제를 괴로워하다 자살을 결심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윤 교장은 2년째 근무하던 학교에 지난 20일 사표를 제출했으며 21일까지 이틀째 밤늦게까지 도교육청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왕따 동영상=지난 14일 한 디지털 카메라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중학교 교실에서 한 학생을 여러명이 괴롭히는 내용의 16분 길이 동영상 2편이 올라왔다.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동영상은 삭제됐으나 일부 포털 사이트를 통해 급속히 유포됐다. 동영상에는 학생 5, 6명이 책상에 엎드린 한 학생의 머리를 치고 가방을 빼앗으며 책상을 치는 등의 장면이 담겨 있다. 다른 학생들은 지켜볼 뿐이었다.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학생은 "즐겁게 감상해주세요"라며 자신과 피해.가해 학생들의 이름까지 밝혀 집단 따돌림에 무감각함을 보여줬다. 특히 앞부분에 종소리가 들리고 교사가 나가는 장면까지 나와 학교측도 이같은 따돌림에 거의 대처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포털 사이트의 선정성=동영상이 올라온 홈페이지는 뒤늦게 이를 삭제했지만 다음, 네이버, 엠파스 등 일부 포털사이트는 오히려 네티즌들을 불러들이느라 혈안이 됐다. 초기 화면 인기검색 코너에 왕따 동영상을 올려놓고 "아직도 못 보셨나요?" 등의 문구로 호기심을 자극, 클릭을 유도했다. 게다가 가해 학생의 얼굴, 이름, 집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휴대전화 번호까지 게시했다.

▲안이한 교육당국=경남교육청은 물의가 빚어지자 "졸업을 앞두고 기념사진을 찍던 친구들 사이에 발생한 장난으로 보인다"며 면피에 급급했다. 촬영이 수업시간에까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자 도교육청이 직접 재조사에 나섰으나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 제시보다 "사실로 드러나면 교사와 학교장을 엄중 문책하겠다"는 식의 발표만 내놓았다. 왕따가 사라지지 않는 학교 현실과 분별 없는 사회적 확산, 교육당국의 무책임한 압박이 결국 윤 교장을 죽음으로 몰고간 것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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