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詩와 함께 하는 오후

표정을 짓지 말아야 한다

한마디 말도 없어야 한다

과거에 대한 울림도 지우고

한 곳에만 머물러야 한다

삶이란 말없이 느끼는 것

지난날의 흔적으로 주물한 채

감각은 다 죽어야 한다

스스로 와서 가슴을 열고

마음을 적시며 돌아갈 때까지

끝끝내 간섭해서는 안된다.

- 김윤현 '동상' 부분

공원에 가서 동상을 보고 있으면 얼마나 답답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연 그 대상이 되는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혹은 이상화 시인까지 그 분들은 자신이 그렇게 청동으로, 돌로 만들어져서 이 먼 시간까지 남아있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 시를 읽으며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그렇게 굳어있는 동상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우리는 너무 우리 편의에 의해 동상을 만들고 십자가를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본다.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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