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권이 출범한지 1년이 되었다.
"허송세월 1년이 아깝다"는 호된 비판이 있는가 하면 "그래도 뭔가가 되어가고 있다"는 기대에 찬 시선도 느껴진다.
마침 대통령홍보수석의 이름으로 인터넷을 통하여'참여정부 1년 정리 자료'를 보내 왔다.
전에 없던 일이다.
종래 신문과 방송을 이용하던 홍보에서 벗어나 발달된 통신망을 직접 활용하는 정부의 기동성은 참여정부의 성격을 잘 말해주고 있다.
청와대는 이 인터넷 통신문에서 "참여 정부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뜨거웠던 기대와 열망을 생각하면 정말 죄송합니다.
무엇하나 시원스럽게 국민의 갈증을 풀어준 게 없습니다"고 머리를 낮추었다.
국민의 마음을 아는 듯해서 다행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홍보물의 속성상 그렇기도 하겠지만 대통령의 정책결정과정이 전과는 달리 개방적이고 토론의 과정을 거친다는 점을 들어 "제왕적 권력문화를 해체"하고 "낡은 정치의 청산"을 이루었다고 추켜세우고 있다.
정책결정 과정이 민주적이고 대통령의 집무 스타일이 개방적이라는 점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시중은 불경기라고 아우성이고 실업률이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점에 청와대가 지금 집안의 민주화를 홍보할 때인가 하는 생각에 여간 찜찜하지 않다.
요리하는 과정이 잘되면 좋은 음식이 나온다는 말과 흡사한데 이는 반드시 그러하지는 않다.
음식은 재료가 좋아야하고 먹는 사람의 기호에도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청와대는 국정의 운영을 개방적 토론과정을 거치고 인사정책을 시스템화 했다고 하면서 이를 "과거의 관행에 비춰보면 천지개벽의 변화"라고 했는데 이 말을 이해 할 사람은 이해하겠지만 "굴러가도 서울만 가면된다"고 생각하는 성급한 우리 국민들에게 이 말이 어떻게 들릴지 궁금한 대목이다.
노무현 정부와 역대 정부와의 차별성에 대해서 청와대 홍보실은 "참여정부는 대한민국 호적으로 태어난 첫 대통령의 정부입니다.
초대 대통령은 조선왕조 호적이었고, 그 외 대통령들은 일제(日帝)호적으로 출생한 대통령들입니다"라고 했다.
모두가 같은 대한민국 사람들인 줄로만 알고 있는 필자에게 노 대통령만이 대한민국 호적으로 태어났다고 밝히는 이 내용은 나 역시 일제의 호적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환기시켜주면서 뭔가 착잡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인터넷 통신에 꼭 추가하여 강조하고 싶은 사실이 하나 있다.
노무현 정부 1년간에 이루어진 엄연한 치적은 '정치하는 사람은 누구나 검은 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를 개혁이라 한다면 엄청난 개혁이다.
길가의 풀 한포기도 있을 이유가 있어서 존재한다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인데 우리의 역사에서 노무현 정부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이러한 엉뚱한데 있지 않나 하는 점이다.
정치자금을 명백히 하는 일은 오늘의 정치권이 피해갈 수 없는 과업이다.
이제 십분의 일이고 백분의 일과 같은 수사법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고 이왕 착수한 일을 역사적 과제로 알고 야당도 국민 누구도 수긍할 수 있게 공명정대하다는 것을 증명해 주어야 할 것 같다.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잘도 숨긴다는 전직 대통령들의 꼬리가 다 잡혀 나오듯이 4년 후에 다시 시끄러워질 것이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후로는 정치자금 때문에 감옥에 가는 정치인이 없어질 것 같은 희망을 가지면서 이제 노무현 정권은 자신들이 쌓은 치적1호를 업보1호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의 정치판은 누가 누구보고 비판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거대 야당 둘이 합쳐도 급조한 여당과 게임도 안 되는 것 같으니 숫자라는 것도 별것이 아니었다.
역시 새 바람이었다.
7, 8명의 국회의원이 쥐 죽은 듯이 감옥에 있고 검찰 조사과정에서 그 명망 높던 사장과 유능하다는 시장이 목숨을 끊었으니 국민이 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문제를 가지고 어디까지 갈지 어디까지 가야 할지 아무도 모른다.
우연히 이루어지는 것인지 계획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저 떠들고 놀라고 아귀다툼이나 하고 있다.
이제 총선은 다가오고 표는 찍어야 하는데 전라도고 경상도고 어디 찍어야 할지 헷갈리게 만든 빅뱅의 1년이었다.
대통령 당선시킨 정당은 야당이 되고 선거에 패배한 정당은 악당이 되었으니 모든 것이 헷갈리는 시대 탓이라 할까? 한국정치의 특색 하나는 예측하기 어려운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에 사는 재미라고 위안해봐야 할것 같다.
유 명 우 호남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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