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동인, 친일 춘원에 자살 권유

이광수부터 황순원까지, 초기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문인들의 개인사를 집중 탐구한 '한국 근대 작가 12인의 초상'(옛오늘 펴냄)이 나왔다.

이상진 연세대 연구교수가 펴낸 이 책은 김동인, 현진건, 나도향, 최서해, 염상섭, 채만식, 김유정, 이상, 이효석, 김동리 등 작가들의 개인사를 문학사로 연결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예컨대, 김유정이 살아숨쉬는 판소리 문체를 구사할 수 있었던 것은 판소리 명창으로 화류계의 유명인이었던 박녹주에 대한 지독한 짝사랑이 원동력이 됐고, 이상이 분열적 자아를 드러낸 작품을 쓴 것은 두 명의 아버지를 가진 복잡한 가족사에서 비롯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제시대에 이른바 '수양 동우회' 사건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쓰고 나머지 회원들의 무죄판결을 받아낸 춘원 이광수가 이후 "이천만 동포를 진정한 천황의 적자로 만드는데 여생을 바치겠다"는 충성서약을 지키느라 친일행각을 벌인 사연도 자세히소개된다.

저자는 "동료작가인 김동인이 춘원에게 문사(文士)로서 삶을 스스로 마감하라며 은근히 자살을 권유한 것으로 전해진다"면서 "김동인의 권유대로 했더라면 춘원에 대한 평가는 지금과 아주 달라졌을지 모른다"고 적었다.

'작가'이기 전에 '인간'의 모습을 탐색한 이 책은 작가들의 인간적 고민이 담겨있는 자전적 글을 한 편씩 소개하기도 한다.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된 어린 딸이 가난 때문에 고통받았던 사연을 담은 최서해의 수필 '담요', 만주로 애정 도피를 떠난 여동생의 앞날을 축복하는 이상의 편지, 매일 새벽 정화수를 떠놓고 자식들의 건강과 복록을 기원해온 노모에 대한 그리움을담은 채만식의 수필 '어머니의 슬픈 기원' 등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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