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농가에 사는 들쥐들 중 한 마리인 잠잠이는 다른 생쥐들이 밤낮 없이 열심히 일할 때 딴 짓만 한다.
"너 뭐하니?" 그러면 잠잠이는 "나도 일하고 있어. 난 춥고 어두운 겨울날들을 위해 햇살을 모으는 중이야"라고 대답한다.
잠잠이는 그렇게 색깔을 모으고, 이야기를 모았다.
정말 추운 겨울이 되어 양식도 떨어지고 우울해졌을 때 그들은 잠잠이에게 그가 모은 것들을 들려달라고 졸랐다.
잠잠이가 얘기를 시작하자 들쥐들은 따뜻한 햇살이며 화사한 색깔들, 그리고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로 행복해졌다.
레오 리오니가 만든 그림동화 내용이다
신학을 시작할 무렵 이 작은 책은 내 삶의 방향을 정해 주었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내 할 일이 무엇인지를 잠잠이에게서 배운 셈이다.
지난 학기 종강을 앞두고 학생들에게 보여 주고 싶어서 이 책을 찾았지만 이미 오래 전에 절판 되었다하여 실망하다가 우연히 다른 출판사에서 이름을 바꿔 출판한 것을 알고는 무척 반가웠다.
이전에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명명된 반면 지금은 아이들 그림책 시리즈에 포함되어 있어서 다소 섭섭했지만 다시 읽어도 그때의 감동은 그대로 있다.
20대에 했던 약속을 40대가 되어 다시 보니 허허로운 마음이 된다.
잠잠이처럼 햇살과 색깔과 이야기를 모으며 살고 있는가. 나 역시 다른 들쥐들처럼 분주하게 앞만 보며 달려오지는 않았을까. 내가 만난 사람들은 나로 인해 얼마나 행복하게 되었을까. 내가 못했다면 잠잠이의 일은 누가 했을까. 춥고 배고픈 겨울을 지내면서 사람들은 어디에서 위로를 받고 희망을 가졌을까.
곧 봄이다.
봄에는 바람도 들판도 하늘도 햇살 속에서 색깔을 갖게 되고 이야기를 가질 것이다.
먹을 것과 입을 옷과 살집을 위해 분주한 사람들 속에서 잠잠하게 다른 준비를 시작해야겠다.
겨울을 위한 계획과 준비는 겨울이 끝나기 전에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연일 보도되는 사회의 심각한 부패 소식들에서는 이미 봄냄새가 난다.
이제는 끝날 거라는, 더 이상 예전 같진 않을 거라는 희망의 냄새다.
정금교(대구 만남의 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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