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선관위 '검·경 버금가는 수사'

선거관리위원회가 확 달라졌다. 유세장의 불법 선거 운동이나 현수막 제거, 향응 제공 등 일회성의 현장 단속에 머물던 '예전 선관위'에서 벗어나 이번 총선에서는 검찰.경찰에 버금가는 수사능력을 발휘하며 대형 선거법 위반 사범을 잇따라 적발해 내고 있는 것.

대구선관위는 지난 2000년 총선때 모두 43건을 단속했는데 이번 총선은 투표일 40일 전인 24일 현재까지 무려 135건이나 단속, 3배나 많았다. 또 검찰 고발도 2000년 총선때는 4건이었는데 올해 총선은 이미 8건이나 됐다.

특히 장기간의 내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20~60여명의 대규모 인력을 불시에 투입하는 치밀한 단속에 나서, 증거 불충분 등으로 인한 '단속따로 처벌따로'식의 선거사범 적발 관행도 깨지고 있는 것.

대구선관위가 향응 제공 등의 혐의로 24일 검찰에 고발한 달성군 선거구 입후보 예정자 차모(63)씨의 사례가 대표적인 경우다. 선관위는 지난 10일 선관위 전체 단속인력의 절반이 넘는 70여명을 투입, 차씨의 사설 연구소를 샅샅이 뒤지는 한편 향응이 제공된 식당에서 사용된 신용카드 내역을 조사해 1억원 규모의 불법선거자금 단서를 잡았다.

이는 차씨와 관계가 있던 교육재단과 동창회, 계모임을 비롯 식당 등을 대상으로 향응 내역을 미리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선관위가 이처럼 고강도 수사기관(?)으로 변모한 것은 2002년 선거수사를 전담하는 '선거 조사관' 제도를 발족한 이후부터다.

올들어 검찰에 고발된 8건의 선거위반 행위는 모두 이들이 만들어 낸 '합작품'. 5급 사무관(조사관) 등 3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시 본부팀 외에도 구.군 선관위에서 차출한 '특수1팀' '특수2팀'을 구성, '돈 선거'의 근원을 파헤치고 있다.

대구시 선관위 이학순(46) 선거 조사관은 "조사관 제도 시행 이전에는 인력 및 전문성 부족으로 현장을 적발하고도 선거사범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제는 대대적인 합동 단속까지 가능해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 적발 건수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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