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단의 한 대기업 이모(57) 전무의 책상서랍에는 뜯어보지도 않은 이력서 봉투가 100여개나 들어 있다.
주변 친인척과 공직자, 정치권 인사, 심지어 동종업체의 타사 임원이 보내온 것까지 모두가 취직 청탁용들이다.
이중 오래된 것은 1년 가까이 된다.
최근 졸업시즌을 넘기면서 '접수'되는 이력서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이 전무와 처지가 비슷한 다른 대기업 대표 김모(58)씨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 달리 산업현장에서는 '고용'보다는 '구조조정'이 더 우선순위에 있다"며 "채용한다 하더라도 공채를 원칙으로 정해놓은 상황에서 임원이 이를 깰 수가 없어 취업청탁은 무시할 수밖에 없다"고 봉투 미개봉 이유를 밝혔다.
청탁을 받은 사람들과 반대 입장인 김모(27)씨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 이미 몇차례 취직시험 낙방의 경험이 있는 김씨는 지난 연말 이웃집에 사는 한 유지에게 이력서를 건넸다.
그리고 지금은 '걱정말고 조금만 기다리라'는 유지의 말을 믿고 3개월째 연락오기만 고대하고 있다.
확인 결과 김씨의 이력서도 한 업체 임원 서랍에서 잠자고 있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신입사원 채용경험이 있는 포항지역 10여개 대기업 채용담당자들은 합격자 가운데 이른바 '배경'을 통해 입사한 경우가 있다는 응답은 1개사 1명에 불과했다.
그것도 재직중인 부친의 추천에 의한 '연고 채용'이었으며 이는 부분적인 관례에 의한 것으로 밝혀져 사실상 순수 외부 청탁으로 일자리를 얻은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ㅇ사 채용담당 김모(45) 팀장은 "누구 청탁은 들어주고, 누구는 안들어줬다가 나중에 밝혀지면 입장이 더욱 곤란해질 수밖에 없어 임원들 스스로 취직 청탁은 아예 무시하는 분위기"라며 "괜히 서로 입장만 곤란해질 뿐 청탁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들어 지난 20일까지 포항고용안정센터를 통해 일자리를 얻은 사람은 300명 가량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 배경을 찾기보다는 정면도전하는 것이 취업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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