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물갈이 공천, 공천혁명을 기치로 내걸어 현역의원을 잇따라 탈락시키고 이에 따른 지역의 거센 반발 등 잡음이 무성하자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그리고 무소속 후보들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이들 사이에서는 "최고 원군은 한나라당 공천 심사위원"이라거나 "한나라당의 자중지란 덕분에 이번 총선은 정말 해볼 만하다"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 공천심사위는 "대구.경북의 경우 당 지지도가 공고해 공천 후유증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을 계속하고 있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한나라당 불패신화를 과신하고 있는 것이다.
비한나라당 진영은 한나라당 공천 과정과 결과를 두고 대략 서너가지로 그 특징을 짓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서울만세' 공천이다.
지역에서 몇 해 동안 발바닥이 닳도록 돌아다니며 표밭을 직접 일군 후보들이 거의 나가떨어진 반면 서울에서 괜찮은 경력을 쌓으며 당 지도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한 인사들이 대거 공천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시도지부 주변에서 나도는 "지역에서 백날 갈고 닦는 것보다는 서울 중앙당사 근처에서 얼쩡대는 것이 공천을 받는데 유리하다"는 이야기는 괜한 소리가 아니다.
'장기판 공천'도 대표적 특징이다.
한 지역에서 탈락한 후보를 다른 지역에 옮겨놓고 한 지역에서 거론되던 인사를 다른 지역구에 대입시켰다 뺐다를 반복하는 등 마치 후보자들을 장기판의 말 다루듯 한다는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대구 동갑 선거구. 수성을구 공천 탈락자를 모셔와 현역 의원을 밀어내고 공천을 준 경우다.
남구나 수성갑구에서도 서울에 있는 출향 인사들을 차례로 공천심사위에서 자의적으로 이곳저곳에 대입시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말을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장기판을 연상케 하기에 충분했다.
또다른 특징으로 비한나라당 진영은 '엘리트 공천' 내지 '특설반 공천'을 들고 있다.
'TK 법조당을 만들려한다'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많다.
지역적 근거도 별로 없는 인사를 판검사를 지냈다고, 변호사로 이름이 좀 나 있다고 공천을 주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박사 출신은 부지기수다.
이러다보니 어지간한 대학의 박사는 명함도 못내민다.
한때 대구 달서갑구에서는 '서울대도 안되고 일본 와세다대도 안되고 미국 일리노이대 박사도 어렵다.
하버드대가 아니면 안된다'는 이야기도 돌 정도였다.
학력 인플레다
또 공천심사위의 심사활동 그 자체가 '해당행위' 내지 '이적행위'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경선, 여론조사, 낙점 그리고 다시 경선으로 공천심사위의 방침이 왔다갔다하면서 공천 신청자들만 상처가 나는 결과를 곳곳에서 낳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열린우리당은 물론 민주당에서마저 "우리들로서는 싫지 않지만 한나라당의 갈팡질팡 공천이 정도가 너무 심하다"고 혀를 차고 있다.
최재왕.이동관.박상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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