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문을 열게 되는 학교들이 다음달 개학을 앞두고 준비에 한창이다.
대구의 경우 동.서변 택지지구, 동호 택지지구 등 신흥주거지가 들어섬에 따라 이 지역에 올해만 초등학교 4개, 중학교 4개, 고등학교 2개 등 모두 10개교가 문을 연다.
새 학교, 새 건물 얼마나 준비됐을까. 신설 학교에 배정받은 학생, 학부모들은 어떤 마음일까. 현장을 점검했다.
◇준비 덜 된 학교.
3월5일 350여명의 신입생을 받는 북구 구암동 강북중학교는 입학식을 열흘 앞둔 25일에도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2개의 건물로 지어지고 있는 교사 가운데 강당과 특별교실이 들어서는 B동의 경우 건물 외부공사조차 끝나지 않은 상태. 서부교육청 관계자는 "개학 때쯤이면 건물 외부공사를 마무리 짓고 내부공사에 들어가기 때문에 수업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완공 예정일까지는 한달여. 학생들은 소음과 먼지 피해를 고스란히 참아내야 할 판이다.
대구 만촌동 동문고는 건물은 준공됐지만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도시가스관 이설이 늦어지면서 운동장 곳곳이 파헤쳐져 있다.
공사가 지연돼 1학기에 운동장 사용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체육 등 야외 수업에 차질이 예상된다.
일찌감치 건물을 완공한 학교들도 있다.
대구 신서동 강동고, 강동중, 강동초등학교 등 이미 건물 내부공사와 운동장 등 외부 조경까지 완료한 상태.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부실하긴 마찬가지다.
책, 걸상만 있을 뿐 과학실, 음악실, 시청각실 등은 기자재를 갖추지 못해 특별교실 수업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학교측은 "기자재를 갖출 때까지 이론수업 위주로 교과과정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급식 준비도 덜 돼 한참 동안은 도시락을 싸 다녀야 한다.
학교 운영위 구성, 기자재 구입, 입찰 등의 과정을 거치려면 적잖은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구조적인 준비 부실
신설 학교의 이 같은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전국 어디든, 해마다 되풀이 된다.
왜 그럴까.
학교를 짓는데는 수용계획, 부지매입, 건물 신축 등 대략 3년 정도의 기간이 걸린다.
그러나 일정이 빡빡하기 때문에 장마, 혹한 등이 닥치거나 예기치 않은 장애물이 생기면 준공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내부적인 개교준비도 기간이 짧기는 마찬가지. 보통 2,3개월전에 몇명의 교사가 배정돼 개교를 준비한다.
이들은 공사 진행 상황을 살피고 기자재 등 개교에 필요한 전반적인 업무를 처리한다.
하지만 늦은 인사, 기간 부족, 업무 과다 등으로 개교 전에 일을 마무리하기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겸임 근무를 맡은 한 학교장은 "기본적인 업무만 처리할 뿐 전반적인 사항은 새로 부임하는 학교장에게 맡긴다"며 "이 때문에 개교 후 정상적인 학교운영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건물은 맘에 들지만….
신설 학교는 교육환경면에서는 뛰어나지만, 학풍이나 선배가 없다 보니 배정 자체를 꺼리는 학생, 학부모가 적잖다.
신설 학교 관계자들은 '신흥 명문교' 이미지 심기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교의 경우 평준화 이후 명문.비명문 이미지는 거의 사라졌지만 학생, 학부모의 선호도는 차이가 엄연하다.
명문대, 4년제대 진학률에 관심이 쏠리다 보니 신설 학교를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
ㄷ고 교장은 "교육열, 학습분위기가 대학 진학률을 높인다고 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검증이 되지 않은 신설고의 경우 기피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며 "초기에 대학 진학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고 했다.
한 학부모는 "선배가 없다는 것은 사회 진출 후에 자칫 상대적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설고보다는 전통 있는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라고 했다.
동문고 전광도 교장은 "학풍, 전통 등을 새로 세워야 한다는 측면에서 신설고 운영은 힘들지만 소신대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며 "신설 학교는 교직원들의 해보자는 의지가 높기 때문에 믿고 보내도 된다"고 했다.
글.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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