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 데스크-대구의 위기, 대구의 기회

다시 총선이다.

언제나 선거때면 과장과 허풍이 나도는 여의도의 언어 인플레이션이 올해는 유난히 심하다.

선거의 전초가 되는 공천과정을 봐도 그렇고 불법 자금 문제를 놓고 벌이는 설전에서도 과장과 허풍을 넘어 입이 딱 벌어지는 말들이 난무한다.

소선거구제의 기본인 지역구를 놓고 '쉬운 지역구 어려운 지역구'로 구분짓는 평가는 결국 해당 지역구의 유권자를 깔보는 일과 다르지 않는데도 표로 먹고 사는 의원중에 제지하는 이가 없다.

깨끗함이 선출직 공직자의 기본임은 누가 모르냐마는 사회의 온갖 문제를 풀어가야 할 정치를 깨끗함의 잣대만으로 재단하려는 몸짓은 어딘가 위태롭게 보인다.

나이가 많다고 쫓아내는 과정에서는 세월의 무게를 가볍게 외면하는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보는것 같아 서글퍼진다.

○...한국정치의 후진성

게다가 '서청원 탈옥사건'이니 '도둑이 도둑을 잡는 사람을 상대로 청문회를 할 수 없다'는 명색 여당 대표와 의원들의 발언에 이르면 허풍과 과장을 넘어 선동 선전의 마취제가 나라 전체를 휘감는 의심이 든다.

법감정을 따질 때 비난받을 일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서청원 석방동의안 가결은 탈옥사건은 결코 아니다.

비판을 하더라도 국민의 대표기관이 할 말은 아니다.

이런 과장과 허풍의 시대에 대구는 또 다시 위기 국면에 빠져있다.

15대에 이어 지난 16대 총선에서 대구가 열광적으로 지지해준 한나라당이 대구를 보는 눈을 보면 대구는 위기다.

한나라당의 공천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문수 의원은 공개브리핑에서 "대구는 누구를 공천해도 당선권에 든다"는 시각을 그대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 결과가 대구의 물갈이다.

수도권의 물갈이는 전혀 고려하지 않으면서 영남의 물갈이를 지상과제인양 한다.

몰표를 안겨준 영남이 문제라고 한다, 몰표를 안겨 준 대가가 멸시와 무시다.

한나라당의 적지 않은 의원들이 걸핏하면 '영남당' 운운 하지만 비영남권 의원 중에 영남의 말과 의미를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누가 기대하지 않은 선의를 베풀 때 대구와 영남사람이 하는 "말라꼬 이카노"의 의미를 한나라당 비영남권 의원중에 아는 이가 있을까. "말라꼬"는 표준말로 바꿔 "무엇 때문에"가 아니다.

"고맙다"는 의미를 영남은 이렇게 돌려서 표현한다.

하나만 더 들어보자. 늦은 밤 찾아온 불청객을 쫓아 낼 때 대구와 영남사람들은 "자고 가라"고 한다.

그러나 붙잡는 이나 뿌리치고 가는 이나 "자고 가라"의 의미가 "빨리 가라"는 말이라는 것을 잘 안다.

"자고 가라"며 쫓아내는 대구와 영남의 여유도 모르는 한나라당이 어떻게 영남당일까. 불출마 선언이 이어질 때 "더 일하자"며 쫓아낸 여유와 해학을 실천하지도 않은 한나라당이 왜 영남당 운운하며 대구와 영남을 깔볼까.

○...여전한 정치중심이자 희망

대구.경북의 한나라당 공천과정을 지켜보는 지역출신 기자들끼리는 "이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을 자주 한다.

정치권을 취재하는 기자들이라고 예비후보 모두를 알 수야 있겠냐만은 "누구냐"는 질문은 의외성과 다름 아니다.

물갈이의 대상이 된 대구.경북의 의원들 중에는 지역일에 앞장 서 온 이도 적잖다.

지역일에 앞장선 일이 지역만 챙기는 '지역주의'의 비판대에 서게 한 예는 없을까. 스스로 도둑이라고까지 비하는 판에 국회의원을 누가 존경할까만 우리의 일꾼으로 뽑은 이를 만신창이로 쫓아내는 대목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미안한 일이다.

대구를 위한 일이라면 씩씩하게 나선 이 중 살아남은 자가 별로 많지 않다면 살아남은 이는 과연 기쁠까.

그러나 위기는 바로 기회다.

그래도 대구는 여전히 우리 정치의 중심에 있고 희망이 있다.

대구와 영남이 지지한 한나라당의 중심축에 대구가 키워 온 이들이 버티고 있다.

대구와 코드를 달리해 온 민주당의 대표는 대구의 초선이 되겠다며 대구 유권자의 심판을 기다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아직 대통령이 되기 전 "권력과 권한을 나누겠다"고 한 정치적 동지도 대구출신 의원이 되겠다고 한다.

어디 그 뿐인가. 중앙무대가 제대로 알아 주지 않아도 "인생 모두를 걸겠다"며 분투하는 젊고 씩씩한 정치지망생이 어느 지역보다 많이 뛰고 있는 곳이 대구다.

몰표의 함정에서 허우적댄 대구의 위기가 과거라면 대구를 다시 나라의 중심축에 세우는 일은 오늘과 내일 펼쳐지는 대구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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