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돈·취직 요구...'생떼 민원' 지자체 몸살

자치단체들이 '도움'을 요구하는 악성 민원인들로 인해 잇따라 수난을 겪고 있다

무작정 찾아와 돈이나 현물을 요구하고, 이를 거절하면 단체장을 만나야겠다며 업무를 방해하거나 폭력.폭언을 일삼는 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 달성군청은 26일 내내 어수선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쯤 군수 면담을 요구하던 송모(37.달성군 가창면)씨가 흉기를 들고 군수 집무실에 침입, 각종 집기를 부수고 서류를 내던지는 등 10여분 동안 소동을 부린 것. 박경호 군수는 자리에 없었으나 이를 말리던 여직원과 청원경찰 등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송씨의 소동은 지난해 대구지하철 참사때 자원봉사자로 나섰다가 부상을 입은 자신을 도와달라고 달성군에 수차례 부탁했는데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일어난 것. 군청 관계자는 "송씨는 부상자 구출 과정에서 유독 가스를 마셔 보상금 7천500여만원을 받았다"며 "집을 고쳐달라거나 냉장고를 사달라고 하는 등 그동안 10여차례나 찾아와 들어줄 수 없는 요구를 해왔다"고 밝혔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구청들도 비슷한 고초를 겪기는 마찬가지다.

동구청 사회복지과 직원은 "매달 돈을 달라고 찾아오는 민원인들로 골치가 아플 정도"라며 "술주정은 물론이고 지난 연말에는 사무실안에서 40대 남자가 옷을 벗는 바람에 여직원들이 놀라 뛰쳐나가는 등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없을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달서구청 비서실 관계자도 "돈은 물론 취직시켜달라거나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선정해달라고 매일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며 "강제로 쫓아 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대로 두면 업무를 볼 수가 없어 때로는 사비를 털어 돈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악성 민원인들을 막기위해 구.군청은 사무실 출입통제와 경비 강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주민들에게 위압감을 줄 수도 있어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돈을 요구하거나 행패를 부리는 이들이 더욱 늘고 있다"며 "폭력을 휘두르는 이들도 적지않아 폐쇄회로 TV라도 달아놓아야 할 판"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용우기자 ywpark@imaeil.com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사진:26일 오전 한 주민이 흉기를 들고 군수 면담을 요구하며 달성군수 집무실 내부에서 소동을 피운 직후 모습. 박용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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